[커버스토리] SM엔터 경영권 싸움…M&A 경쟁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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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방탄소년단(BTS)과 NCT가 같은 기획사 소속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BTS 기획사인 하이브가 NCT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나섰거든요. 한국 가요계를 이끌어온 ‘K팝의 본류’(SM엔터)와 K팝을 세계 무대로 진출시킨 ‘글로벌 K팝의 주역’(하이브)이 하나로 뭉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하이브는 SM엔터의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SM엔터 지분 14.8%를 넘겨받기로 계약했습니다. 그리고 SM엔터 소액주주 지분 25%도 사들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이브의 이런 계획이 성공하면 SM엔터의 지분 약 40%를 확보하게 되고, 경영권도 손에 넣게 됩니다.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SM엔터의 현재 경영진이 최대주주인 이 전 총괄에게 반기를 들어왔거든요. 기업 경영진이 최대주주와 대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SM엔터 경영진은 하이브의 계획을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이라며 반대합니다. 그러면서 카카오가 유상증자를 통해 SM엔터 지분 9.05%를 인수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 총괄 측은 하이브는 오히려 우호적 M&A를 진행하는 것이며, 최대주주의 뜻에 반해 지분을 늘리려고 하는 카카오가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최대주주와 손잡고 SM엔터의 경영권을 노리는 하이브, 그에 대응하는 SM엔터 경영진과 카카오가 맞서고 있는 겁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기업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M&A입니다. M&A에 대해 알아보고, M&A에 맞서기 위한 기업 경영권 방어가 어떤 경우에 주주나 사회에 이익이 되는지를 생각해봅시다.

기업 경영권 차지하려는 인수합병(M&A) 공격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많아졌어요

게티이미지뱅크
‘안갯속 SM엔터 경영권 분쟁’ ‘SM엔터 경영권 전쟁 서막 열려’….

이번 사태처럼 한 기업의 주인 자리를 놓고 경쟁이 벌어질 때면 ‘경영권’이란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경영권을 ‘기업가가 자신의 기업체를 관리·경영하는 권리로, 법률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으나 재산권의 하나로 보기도 한다’라고 설명합니다.기업 경영권이란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경영권에는 △회사의 투자 결정 같은 경영판단을 내릴 수 있는 권력 △임직원에 대한 인사권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구성할 권리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통한 대표이사 선임권 등이 포함됩니다. 기업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영할 수 있는, 또는 다른 사람이 경영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권리인 것이죠.

이런 경영권은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과반수를 선임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해, 새 이사회를 구성하고, 대표이사를 교체함으로써 차지하게 됩니다. 하이브도 이런 식으로 SM엔터의 경영권을 차지하려고 하는데요. 우선 다음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과반수를 선임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개매수란 경영권을 위해 지분을 늘리려는 자가 매입 기간, 수량, 가격을 공표해서 공개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하이브는 다음달 1일까지 소액주주들로부터 발행주식 총수의 약 25%에 해당하는 주식을 주당 12만 원에 사들여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기업 인수합병(M&A)

앞서 알아본 것처럼 경영권은 그 기업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그러니 현재 경영권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스스로 그것을 내놓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어떤 기업의 경영권을 새로 차지하려면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일종의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그런 전쟁은 M&A를 통해 이뤄집니다. 어느 기업이 다른 기업의 경영권을 차지한 뒤 그 기업을 독립된 기업으로 두면 인수(Acquisition)라고 부르고, 자기 회사의 일부분으로 흡수하면 합병(Merger)이라고 합니다. 영어의 앞 글자를 따서 M&A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순서를 바꿔 인수합병이라고 합니다.

M&A를 당하는 기업의 경영진 입장에선 원치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대적 M&A’가 흔합니다. SM엔터의 경영진이 하이브의 지분 인수 시도를 적대적 M&A라고 규정한 것처럼 말이죠. 드물지만 M&A가 양측 모두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런 경우를 ‘우호적 M&A’라고 부릅니다.

적대적 M&A의 역사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이전까지 적대적 M&A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97년 증권거래법의 인수합병 관련 조항이 변경된 것을 비롯해 다른 여러 제약요인이 지속적으로 완화되거나 폐지되면서 적대적 M&A가 가능해졌어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재무상태가 취약해진 국내 기업들이 잇달아 외국계 자본에 의해 M&A 타깃이 됐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SK그룹과 외국계 펀드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입니다. 2003년 소버린은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의 2대 주주가 돼 경영진 퇴진을 요구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05년 주주총회에서 이사에 선임돼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죠.

주주행동주의

소버린 사태 이후 적대적 M&A 이슈를 더 뜨겁게 만든 것은 주주행동주의입니다. 주주행동주의는 기업 주주들이 수동적으로 경영진의 결정을 따르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들의 의사를 경영진에 전달해 회사 경영에 반영시키자는 움직임입니다. 한마디로 ‘주주’가 주주 자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자는 것이죠.

이런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펀드를 행동주의 펀드라고 부릅니다. 이번 SM엔터 사태에도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합니다. 2021년 주주행동주의를 내걸고 설립된 얼라인파트너스인데요.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 경영진을 설득해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무력화하고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재편했습니다.

NIE 포인트

1. 기업 경영권은 어떤 개념인지 설명해보자.

2.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사례를 조사해보자.

3. 주주행동주의의 장점과 단점을 토론해보자.

적대적 M&A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면
경영권 방어 수단도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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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권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우선 해당 기업의 임직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요. 그 기업의 실적이나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또 그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또는 투자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거래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영향력이 생깁니다. 요약하면 경영권은 임직원은 물론 주주와 사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기업 경영권 시장

이렇게 경영권이 중요하다 보니 시장을 통한 경영권 견제의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기업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거래를 ‘시장의 원리’로 살펴보려는 것이죠. 시장의 원리에서는 자유로운 거래 보장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재화를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최대한 규제받지 않고 서로 자유롭게 협상해 거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 경영권 시장이란 개념에도 이것이 적용됩니다. 현재 경영권을 가진 경영진이 언제라도 누군가가 자유롭게 자신의 경영권을 확보하려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경영권의 값이 비싸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경영권의 값이 비싸다는 것은, 현재의 경영진이 경영권을 제대로 행사해 좋은 실적과 주주친화적인 정책들로 주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므로 그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측이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경영권의 값이 비쌀수록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줄어들 것이고, 주주들은 더 많은 혜택을 누릴 것입니다. 반면 이런 일이 제대로 안 돼 실제 가치보다 헐값에 살 수 있다고 판단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경영진이 원치 않더라도 주주들을 설득해 경영권을 가져가려고 하겠죠.

적대적 M&A와 경영권 방어

시장 원리에서 자유로운 거래의 보장만큼 중요한 것이 ‘공정한 거래의 보장’입니다. 거래에 참여하는 어느 한쪽이 불리해선 안 된다는 거죠. 기업 경영권 시장에서도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면, 그런 시도에 대응할 적절한 수단도 보장해줘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해외 기업들은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황금주 같은 적극적 방어 수단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경우 창업주인 포드 집안이 소유한 지분은 7%인데, 그 지분으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40%입니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도 지분 19%로 41%의 의결권을 행사합니다. 프랑스는 2년 이상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는 1주에 2개 의결권을 부여합니다.

한국엔 소극적 방어 수단뿐

우리나라는 상황이 어떨까요? 적대적 M&A 시도는 자유로운 반면 그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방어수단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단 상법 규정에 따라 ‘1주 1의결권’이 원칙으로, 차등의결권과 같은 적극적 방어 수단이 없습니다.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우리나라의 경우 적대적 M&A에 대해 소극적 방어 수단만 행사할 수 있는 실정인데, 그나마도 실효성이 작다고 주장합니다. 소극적 방어 수단으론 △이사 해임 가중 요건 △이사 시차 임기제 △인수합병 승인 안건의 의결정족수 가중 규정 등이 있습니다. 이사 해임 가중 요건은 이사를 해임하려면 ‘발행주식 총수의 2분의 1 이상’처럼 상법의 특별결의 요건(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보다 강화하는 방식입니다. 이사 시차 임기제는 이사진의 임기가 동시에 끝나는 걸 막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일 때 매년 1명씩 임기가 끝나도록 하면,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측에서 이사 해임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했더라도 일시에 3명 모두를 해임할 순 없는 것이죠. 이런 수단은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기 어렵게 하거나 이사진이 한꺼번에 바뀌는 것을 막는 정도라서 ‘소극적’ 방어 수단입니다.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쪽이나 방어하는 쪽이나 모두 주주가치를 내세웁니다. 행동주의 펀드 등의 적대적 M&A 시도가 계기가 돼 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펼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적대적 M&A로 인해 기업 경쟁력이 되레 약화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합니다. 적대적 M&A 시도와 이를 막기 위한 적극적 방어 수단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NIE 포인트

1. 자유로운 거래와 공정한 거래에 대해 토론해보자.

2. 적극적 경영권 방어 수단을 조사해보자.3. 적극적 경영권 방어 수단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장경영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