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추가 반격…포드-CATL 합작 관련 기술유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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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레이시온 제재 이어미국의 중국 정찰풍선 격추 이후 양국 간 긴장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 CATL과 미국 포드자동차의 배터리 합작과 관련한 기술 유출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방산기업 제재에 이은 추가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 정찰풍선과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할 것이며 풍선 격추에 대해 사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앞서도 록히드마틴 등 3차례 제재 명단에 올려
"실효성 부족한 선언적 제재" 지적
바이든 "시진핑과 정찰풍선 대화하겠지만 사과는 안해"
CATL 기술이 포드에 넘어가나 조사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CATL의 핵심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포드와의 합작 계약 내용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ATL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강점이 있다. 중국 지도부는 한편으론 이번 계약이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은 중국 업체의 해외 진출 사례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CATL의 기술이 미국 회사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한다. 이에 중국 핵심 지도부가 양국의 지정학적 긴장과 이번 협상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고강도 조사를 지시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만 세부 일정이나 방식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앞서 지난 13일 포드는 CATL과 합작으로 35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투자해 미시간주에 LFP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관련 규제를 피하기 위해 포드가 건물 등 공장 지분을 100% 소유하고 CATL은 관련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IRA는 중국과 연관된 원료·소재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전기차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번 계약은 IRA의 취지 중 하나인 중국 견제를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미국 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IRA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짓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포드와 CATL에 허를 찔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중국의 이번 조사 방침은 전날 중국 상무부가 미국의 대표적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을 블랙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실체(기업·개인)' 리스트에 올린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상무부는 대만 지역 무기 판매를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사실상 미국이 정찰풍선 관련 중국 기업 6곳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린 데 대한 '맞불' 제재로 해석된다.
中, 같은 美 방산업체 4번째 제재
다만 중국의 보복성 조치들은 실효성 측면에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당국의 포드-CATL 계약 조사로 인해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은 작다고 전했다. 이미 실무 차원에서 조사를 마친 상태에서 사안의 중대성 등으로 인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란 이유에서다.중국이 미국 방산업체들에 가한 제재는 대중국 수출입과 투자 금지, 대만에 판매한 군수 계약액의 2배에 해당하는 벌금 등이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중국과의 거래가 없고, 중국이 벌금을 물릴 만한 관할권도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중국이 2019년과 2020년, 2022년에도 두 기업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올린 바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제재는 선언적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중국 상무부는 17일 대변인 명의 공지를 통해 "신뢰할 수 없는 기업 제재는 위법을 저지른 외국 실체를 대상으로 하며 범위를 마음대로 확대할 수 없기에 외자기업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중국 정찰풍선과 관련해 "우리는 우리 주권에 대한 침해를 용납할 수 없으며 우리나라를 방어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시진핑 주석과 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사안을 확실히 해결하기를 희망하지만 난 풍선을 격추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중 '풍선 정국'이 지속되면서 17~19일 독일 뮌헨 안보회의를 계기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외사판공실 주임)이 회동할지 여부와 성사 시 논의 내용에 더 큰 관심이 쏠린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