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도 '소신발언'…SM 경영권 분쟁에 엔터업계 뒤집혔다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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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열심히 일하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직원들은 창업주와 현재 경영진 간 폭로전으로 번진 상황이 속상할 겁니다"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SM 경영권 분쟁에 업계 '술렁'
"K팝 상징적인 회사인데 안타깝다"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 아티스트 활동 계속
"시너지? 허망함 느끼는 실무자들도 많아"
격화하는 SM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경영권 분쟁을 바라본 한 업계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SM엔터 주가가 뛰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감상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SM 주가는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12만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달 16일 닷새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 장중 13만2600원까지 뛰었던 SM 주가는 17일 다소 주춤하며 13만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각각 카카오와 하이브를 우군으로 두고 대립각을 세우던 양측은 최근 이성수 SM 대표가 이 전 총괄을 향해 역외탈세 의혹 등을 제기하며 비방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K팝을 대표하는 굴지의 가요 기획사 SM의 내홍을 두고 업계에서는 "씁쓸하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시작은 지난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SM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얼라인파트너스로부터 꾸준히 지적받아온 이 전 총괄의 독점 프로듀싱 체계를 전면 뜯어고치겠다고 공표했다. 2004년부터 개인 회사인 라이크 기획을 통해 프로듀싱 명목의 비용을 받아오던 이 전 총괄과의 '절연'을 선언한 셈이었다.이후 SM은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카카오가 SM 지분 9.05%를 확보, 2대 주주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음악 사업 다각화를 위한 협력 차원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에 이 전 총괄은 반기를 들며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을 냈고, 하이브에 자신의 지분 14.8%를 넘겼다. 이에 SM을 두고 넓게는 카카오와 하이브, 좁게는 이 대표와 이 전 총괄의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관계자들이 충격적이라고 입은 모은 대목은 친인척 관계였던 이 대표와 이 전 총괄 사이에 발생한 균열이다. 이 대표는 이 전 총괄과 20년 넘게 호흡을 맞추며 적극적으로 곁을 지킨 인물이다. 이 전 총괄 역시 이 대표에 대한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세에 SM 아르바이트생으로 업계에 첫발을 들인 이 대표는 이후 2005년 정식 직원으로 입사해 그룹 f(x) 매니저를 거쳐 A&R 팀장을 역임했다.
이 전 총괄은 이 대표가 역외탈세 의혹을 제기하자 "상처한 아내의 조카로서 네살 때부터 보아왔다. 열아홉살에 에스엠에 들어와 팬 관리 업무로 시작해 나와 함께 했다. 아버님이 목사인 가정에서 자란 착한 조카다. 마음이 아프다"는 심경을 전했다.업계에서는 불법적 행위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면서도, 양측의 대립과 여론전이 K팝 시장 전체의 성장을 저해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아티스트 기획·제작 업무를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엔터 사업은 감성 영역을 다루는 비즈니스인데 단순한 '쩐의 전쟁'으로만 비치게 될까 우려스럽다. 특히 SM은 오랜 시간 JYP, YG 등과 경쟁하며 고유의 색깔을 다져온 회사인데 브랜드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게 아쉽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SM 고유의 색깔을 잃게 될까 봐 걱정하는 시선이 있다. 엔터 업계는 박봉임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구축해 놓은 이미지에 따라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지원해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임직원들은 물론 아티스트들 역시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실제로 그룹 샤이니 멤버 키는 팬들과 라이브 방송으로 소통하던 중 "(콘서트를) 열었으면 좋겠는데 이걸 어디에다가 얘기해야 열어주는 건지 모르겠다"며 "지금 회사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소녀시대 태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말 다들 열심히들 산다, 열심히들 살아'라는 대사가 나오는 영화 '부당거래'의 한 장면을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SM 1기로 과거 연이 있었던 개그맨 박명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회사에 있는 아티스트들이 상처 안 받고 계속해서 잘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져야 할 텐데"라면서 "어린 친구들이 상처 입을까 봐 신경 쓰인다. 잘 정리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매니지먼트 업무를 보고 있는 한 관계자는 "아티스트는 여론 반응이나 향후 인수 상황을 고려하면 의견을 개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대형 기획사 간의 결합을 두고 시너지를 기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사실상 실무진들은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허망함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귀띔했다.
SM 내부에서는 하이브를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다. 직접 곡을 쓰는 방시혁 의장을 필두로 K팝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회사이기에 SM이 지닌 정체성이 침해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실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SM 라운지에서 경영권 분쟁과 관련 직원들의 생각을 묻는 투표가 진행됐는데, 그 결과 '이성수·탁영준+카카오'가 80%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그렇다면 실제로 하이브가 경영권을 쥐었을 때 SM의 색깔이 달라질까. 전현직 하이브 직원들은 영향이 아예 없진 않겠지만 크지 않을 것이라 관측했다. 하이브는 현재 멀티 레이블 체제로 각각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일부 파트에서는 공통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관여도는 방 의장이 제작을 담당하는 레이블과 그렇지 않은 레이블 간에 차이가 크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하이브는 이미 SM 새 이사진 후보에 방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올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SM 고유의 색채를 존중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킴과 동시에 내부에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미래 인재를 양성해 나가겠다는 의지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한 바다.그럼에도 SM 내부에서는 하이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17일에는 유닛장 이하 평직원 208명으로 구성된 협의체가 구성됐다. 협의체 인원은 SM 전체 평직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들은 이 전 총괄과 하이브의 결합을 '적대적 인수합병(M&A)'로 규정하고 "편법적 이사회 진입 시도에 반대한다.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SM을 점령하려 하는 하이브에 저항할 것"이라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