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운데 카카오까지?…야놀자·여기어때 '비상'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수정
야놀자·여기어때 이용자 성장세 둔화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 급증한 국내 여행 수요 반사이익을 누린 숙박 플랫폼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이용자 수가 줄어드는 흐름이 포착됐다.
경제 분위기 악화에 해외 여행 수요 늘어
카카오 '호텔 예약권' 출시에 업계 주목
업계에선 최근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지난해부터 세계 곳곳에서 출입국 규제가 풀리자 해외 여행길이 열린 만큼 양사가 해외 플랫폼 대비 강점을 가진 국내 여행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 이용자 성장이 둔화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여기에 최근 카카오가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에 호텔 예약 상품권을 출시하는 등 거대 플랫폼의 시장 참여에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 위기·해외 여행 수요 증가에 숙박업체 '흔들'
17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2월 2주차 주간 활성 이용자 수(WAU, 안드로이드+iOS 사용자 합산·중복포함)는 각각 132만명과 123만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각각 약 211만명과 180만명을 기록하며 고점을 찍은 이후 이들 업체의 WAU는 하락하는 모습이다.또한 1년 전(지난해 2월) 이용자 수 지표와 비교하면 성장 둔화 국면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지표를 보면 지난해 2월 136만명대에서 움직이던 야놀자의 WAU는 최근 132~133만명대로 떨어졌다. 여기어때는 같은 기간 WAU가 10만명 증가에 그치면서 사실상 팬데믹 기간 업계에 불었던 훈풍은 멈췄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해 2월 기준으로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각각 약 20%, 40%의 WAU 급성장세를 보인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다.특히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야놀자에게 여기어때의 추격은 무서워지고 있다. 2021년 초까지만 해도 여기어때와의 WAU 격차가 30만명을 웃돌았으나 최근에는 10만명도 안 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 1월 첫째 주에는 여기어때의 WAU가 약 145만명을 기록하면서 야놀자의 약 133만명을 추월하기도 했다. 여기어때가 야놀자를 앞선 것은 해당 통계 집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이들 업체의 성장 둔화 배경에는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으로 대변되는 경기 침체 우려와 해외 여행 수요 회복이 있다. 한동안 이러한 분위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장조사 업체 컨슈머인사이트는 지난 13일 '코로나 전후 국내·해외 여행트렌드 변화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여행 수요와 관련해 "열악한 경제 상황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3일 '해외관광인사이트 2023-1호'에서 세계관광기구(UNWTO) 통계를 인용하며 "지난해 국제관광이 코로나19 이전의 63% 수준까지 회복되었다"고 전했다.
카카오·네이버 행보에 관심 집중
야놀자의 '1위 지키기'와 여기어때의 '1위 탈환'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카카오도 관련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지난 13일 카카오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기념일을 호텔에서 보내는 문화가 자리매김함에 따라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호텔 예약 상품권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수도권 및 주요 관광 도시의 4~5성급 호텔 예약 상품권이 포함됐고, 인기 호텔 25여 곳이 입점했다. 카카오 측은 기존 숙박 플랫폼과 직접 경쟁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앞으로 이용 가능한 호텔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관련 기사를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경쟁이 더해지면 소비자는 좋다"며 기대감을 나타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만 일각에서 "카카오가 또 문어발 확장을 하려 한다"고 지적하며 대형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의 여행 서비스 강화 및 검토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최근 네이버도 출장 여행서비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네이버나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여행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우려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확장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업계에서 걱정이 나오는 것도 불가피하다. 현재 업계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행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다만 업계 반발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 확장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네이버와 카카오가 여행업에 본격 진출하는 일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아 쉽지 않다는 진단도 나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사회적 갈등문제를 다루는 민간 위원회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중소여행업계를 대표하는 서울여행산업협동조합과 가진 간담회에서 중소여행사들은 네이버의 출장여행서비스 강화에 크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먹통사태'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 확장과 독점 구조의 부작용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 보고에 서비스 혁신 플랫폼 분야에서 기존 사업자단체의 신규 플랫폼 진입이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가 없는지를 들여다보는 등 담합 행위를 중점적으로 조사하는 과제를 담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