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원액 넣은 '캔 하이볼'…日서 생산·수입

2030 주당 "캔맥 대신 하이볼"
CU·GS25, 원액 첨가 제품 출시

증류소 韓 2곳 VS 日 50곳
"가격 맞추려면 국내산 못 써"
日서 원액 사고 제조까지 마쳐
편의점들이 ‘진짜 위스키’를 넣은 캔 하이볼 제품을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선보인다. 위스키에 빠진 2030세대 주당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위스키에 소다를 섞은 하이볼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위스키 열풍에 힘입어 주점 등에서 인기가 치솟았다. 이를 지켜본 편의점업계는 지난해부터 집에서도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캔 하이볼 제품들을 내놨다.초기 제품들은 한 캔에 4000~5000원 수준으로 가격을 맞추기 위해 주정에 오크칩을 섞어 위스키 향을 내는 정도에 그쳤다. 애호가들이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자 해외에서 위스키 원액을 넣은 캔 하이볼을 들여오기로 결정한 것이다.

진짜 캔 하이볼 속속 나와

17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위스키 원액을 넣은 캔 하이볼 제품들이 CU와 GS25에서 곧 출시된다. CU는 스카치위스키를 사용한 ‘리얼위스키하이볼’ 판매를 오는 22일 시작한다. GS25와 세븐일레븐도 조만간 일본산 위스키 원액을 넣은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이번에 출시되는 캔 하이볼은 국내가 아니라 일본에서 제조된 제품이다. 위스키 원액도 국내산이 아니라 외국산이다. CU의 리얼위스키하이볼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져온 원액을 일본산 주정과 혼합해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GS25와 세븐일레븐이 준비 중인 캔 하이볼도 일본산 위스키 원액을 사용해 일본에서 제조했다.

진짜 캔 하이볼을 일본에서 전량 수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선 위스키 원액을 구하기도 어렵고, 어렵사리 구해도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위스키 원액을 만드는 증류소는 두 곳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5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증류소들이 가동 중이다. 이들 증류소 중에서는 하이볼용으로 쓰이는 저숙성·저가 원액을 제조하는 곳도 있다.이런 원액을 사용해야 한 캔에 5000원 수준의 가격을 맞출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부가 고율의 세금(과세표준의 72%)을 종가세에 근거해 부과하는 것은 원가 부담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다.

위스키 인프라 한국 압도하는 日

편의점들이 위스키 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생산을 마무리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도 생산까지 일본에서 마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일본의 인프라가 한국을 월등히 앞서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하이볼을 즐기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조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편의점들도 국내에서 진짜 캔 하이볼을 조달할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후 ‘혼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젊은 층 취향을 맞출 다양한 주종을 구비하는 게 편의점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2019년 말 2443개였던 발급 주류제조 면허가 2021년 말 2717개로, 2년 새 274개 늘어날 정도로 제조 기반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한 편의점 주류담당 바이어는 “술에 대한 선호가 워낙 빠르게 변해 판매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 위스키 생산이 활성화돼 있다면 굳이 일본에서 수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