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극작가] 英 근대극 시초 다진 셰익스피어의 라이벌…크리스토퍼 말로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는 셰익스피어의 동료 작가 크리스토퍼 말로(그림)가 꽤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한다. 셰익스피어의 친구이자 라이벌로 그에게 자극을 주기도 하고, 글이 잘 써지지 않아 고심하는 셰익스피어를 도와주기도 한다.

실존 인물인 말로는 16세기 영국의 극작가다. 29세의 나이로 단명해 작품 활동을 한 기간이 약 10년에 불과하지만 영문학사에 중요한 흔적을 남겼다. 그는 르네상스 연극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전에는 셰익스피어보다 더 유망한 천재 작가로 평가받았다.그의 작품엔 주로 물욕이나 지식욕, 정복욕 등 욕망에 휘말리고 좌절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런던 로즈 극장에서 공연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희곡 ‘탬벌레인 대왕’은 한 목동이 유럽의 정복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비극이다. 이어 희곡 ‘포스터스 박사’ ‘몰타의 유대인’ 등 작품이 연달아 성공했다.

말로를 영국 근대극의 시초로 평가하는 이유는 작품 속에서 최초의 근대적 인간상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말로 희곡엔 중세 기독교의 질서와 틀에서 벗어나 자아와 자유를 찾고자 하는 개인의 투쟁과 절망 등이 담겨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