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평균에 맞춘 물건들이 실패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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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9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
사라 헨드렌 지음
조은영 옮김
김영사
308쪽│1만7800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의 평균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고 있을까. 사라 헨드렌 미국 올린공과대 교수는 신간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에서 이런 물음을 던진다. 그는 세상이 재단해놓은 평균을 거부하고, 장애인을 위해 구조물을 바꾸는 디자인 연구가다. 헨드렌은 2010년 미국의 장애인 마크를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나아갈 방향을 스스로 정하는, 더 능동적인 모습으로 디자인했다. 기존 장애인 표지판에 자신이 디자인한 마크를 붙였다. 이는 미국 전역에서 큰 지지를 받았고, 뉴욕시는 그의 디자인으로 장애인 마크를 교체했다.헨드렌이 장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들이 다운증후군 판정을 받으면서부터다. 장애라는 건 활동할 수 없는 몸의 상태가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단절이라는 걸 깨달았다. 세계보건기구(WHO) 연구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세계 인구의 16%인 13억 명가량이 장애를 갖고 살아간다. 평균이라는 기준으로 설계된 세상에서 거부당한 몸을 가진 사람이 13억 명이나 된다는 얘기다.
장애를 직접 겪기 전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평균으로 불리는 것 앞에 얼마나 많은 장애인이 주저하고 있는지. 책을 읽은 뒤 머릿속에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이 세상은 누구를 위해 지어졌는가?’
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