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회계 투명성 요구 거센 반발…"과태료 부과시 법률대응"(종합)

한국노총, 산하조직에 제출 거부 지침…민주노총 "법적근거 공문 보내라"
尹 "노조회계 투명성이 노조개혁 출발점"…노정 갈등 이어질 듯
노동계가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요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노조 회계 투명성이 노조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하는 가운데 노동계의 성토가 계속되고 있어 노정 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제1노총'인 한국노총은 17일 산하 조직에 보낸 제3차 지침에서 정부의 추가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할 것과 함께 정부가 과태료를 부과하면 과태료 취소를 구하는 공동 법률 대응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시달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보도자료에서 "노조 내부 운영에 법 위반 등의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노조가 보관하거나 비치한 자료의 내지를 제출하라는 것은 현행 노조법상 노동부 권한을 넘어선 부당한 요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한국노총은 "보관 자료의 내지가 누락됐다는 이유로 자료 보완과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이에 불응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월권적이고 위법한 노조 운영 개입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규정을 어긴 노동부 근로감독관의 노조 사무실 출입을 거부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한국노총은 노동부가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자 하는 행정기관의 장은 현장 출입 조사서를 조사 개시 7일 전까지 대상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한 행정조사기본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한국노총은 노동부의 이번 요구와 관련해 산하 조직에 자율점검 결과서와 내지를 제외한 표지만 노동부에 제출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낸 바 있다.

앞서 노동부가 지난 1∼15일 조합원 수가 1천명 이상인 단위 노조와 연합단체 총 327곳에 회계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결과 120곳(36.7%)만이 정부 요구에 따라 자료를 제출했다.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207곳(63.3%)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153곳은 자율점검 결과서나 표지는 냈지만 내지를 제출하지 않았고, 54곳은 자료를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이에 노동부는 17일부터 2주간 시정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 기간에 노동부 본부나 지방 관서에 출석하거나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해 소명할 수 있다.

시정하지 않을 경우 이르면 다음 달 15일 과태료 부과 절차가 시작된다.

노동부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소명도 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른 현장 조사도 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상당수 노조의 회계장부 공개 거부 상황을 보고받은 뒤 "회계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는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며 "노조 회계의 투명성이 노조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정식 노동부 장관에게 노조 회계 투명성 문제와 관련한 종합적 보고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오후 브리핑에서 전했다.

한국노총과 함께 양대 노총을 이루는 민주노총도 전날 성명에서 "노동부의 시정 지도 및 과태료 부과 방침에 응하지 않을 것이며 법적 대응 등 다양한 형태의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노동부 관계자들은 이날 민주노총 가맹 노조에 개별적으로 연락해 서류를 보완해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가맹 노조는 "내지를 제출해야 하는 법적 근거를 공문으로 보내달라"고 맞섰지만, 노동부는 이를 거부한 채 "과태료 부과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민주노총은 전했다.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부가 위법·월권의 행정 개입을 하느라 규정대로 업무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