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엔 우크라전쟁 평화협상 없을 것…러-유럽 디커플링 심화"

英 EIU, 우크라戰 1년 백서 발간…"전쟁 장기화, 교착 지속"
"러, 中만으로는 타격 못 메워…세계경제 공급망 재조정될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만 1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안에 평화협상을 통한 종전은 요원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됐다. 전쟁이 길게 늘어지면서 천연자원 부국인 러시아와 서방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이로 인해 세계 경제 공급망 전반의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우크라이나 전쟁 : 러시아와 서방 관계의 단절'이란 제목의 백서에서 이같이 내다봤다.

먼저 EIU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봄철 대공세를 준비하고는 있지만 앞으로 전쟁의 강도는 점차 낮아지고, 이로 인해 양측이 전선에서 진퇴를 반복하는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는 이미 병력 규모와 장비 측면에서 심대한 타격을 입은 데다, 향후 추가 군사력 동원에 나서더라도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도 인력과 물자 부족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EIU는 "유럽 내 반(反)우크라이나 정서를 고취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은 실패할 것"이라면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방 동맹국 내 무기·탄약 비축량이 줄어드는 것은 위협 요인이지만, 우크라이나에 반격 역량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종전 여부와 관련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EIU는 "평화협상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명운을 건 전쟁에 임하고 있으며, 올해 내에 어느 쪽도 양보를 해야 하는 종전안에 동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가 내민 '10대 조건' 협상안을 러시아가 이미 걷어찬 만큼, 양측이 향후 테이블에 마주 앉더라도 곡물 수출협정 정도로만 주제가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IU는 서방이 경제·금융 부문에서 시행 중인 대(對)러시아 제재를 계속하면서, 이란 등 제재 우회를 돕는 것으로 의심되는 국가들에 대해서도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에 부과한 유가상한제와 석유 관련 제품 금수 조치로 인해 러시아의 경제는 더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제재가 러시아 국내 제조업에 영향을 미쳐 생산량 감소와 내수시장 수급 불안정이 초래되고, 이는 국내 여론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EIU는 전쟁 장기화 속 유럽과 러시아 경제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은 그간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3분의 1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해왔는데, 전쟁 이후 공급이 원활해지지 않자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 나서고 있다.

EIU는 옛 소련의 후광을 업었던 러시아의 영향력이 줄어듦과 동시에 중국, 튀르키예 혹은 다른 서방 국가가 부상하면서 글로벌 질서가 다극화 체제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 상승이 불가피한 러시아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 진출을 노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원유상한제 등 제재 여파로 국제 원유·천연가스 가격은 당분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이는 비료 생산단가에도 영향을 미쳐 식료품 가격도 더 올라갈 수 있다.

세계적 곡창지인 우크라이나에 전쟁 피해가 이어지며 곡물 출하량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이어질 전망이다.

EIU는 러시아가 금, 금속, 비료, 식료품의 주요 생산국이라는 점을 거론, "전쟁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재조정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IU는 "2023년에는 우호국간 무역·투자 관계를 우선시하는 '프렌드쇼어링'이 계속 추구될 것"이라며 "미중간 전략적 경쟁 속에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브라질 등 중립적인 대규모 경제국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