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올해도 돈잔치 '예약'…임직원 1억원은 기본

5대 시중은행 임단협 마무리…전년 대비 인상폭 커
정부 잇단 비난에…"만만한 게 우리냐" 반발도
사진=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타결된 2022년 임단협 협상에서 임금인상률이나 성과급 지금 규모를 전년 대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은행의 성과급이나 임금 규모 역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가장 늦게 2022년 임단협 협상을 진행한 우리은행이 최근 성과급을 제외한 대부분 사항에 합의했다.우리은행은 기본급 기준 임금인상률을 지난해 2.4%에서 올해 3.0%로 올려 잡았다. 직원 사기 진작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 17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꿀머니 200만포인트를 지급했다. 성과급의 경우 200%대 후반에 잠정 합의했지만 아직 확정 짓지는 못했다.

5대 시중은행, 임금 인상폭 더 커지고 성과급도 늘어

KB국민은행은 일반직 임금상승률을 지난해 2.4%에서 올해 3%로 높였으며, 사무직은 3.2%로 유지했다고 밝혔다. 앞서 KB국민은행은 2022년 임단협에서 기본급 280%에 특별격려금 340만원 지급에 합의했다. 전년에는 기본금의 300%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임금인상률 역시 일반직(2.4%→3%)과 리테일 서비스·사무직(3.6%→4%) 모두 상승했다. 신한은행은 경영성과급으로 기본급 361%(현금 300%·우리사주 61%)를 책정했다. 전년에 기본급의 300%(현금 250%·우리사주 50%)와 비교하면 오른 수준이다.아울러 농협은행의 임금인상률도 지난해 2.4%에서 올해 3%로 상승했다. 경영성과급으로는 기본급 400%를 책정해 전년도의 350%에서 올랐다.
하나은행의 임금인상률도 2.4%에서 3%로 올랐다. 2022년 임단협을 통해 이익연동 특별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50%를 책정했는데, 전년도(300%) 보다 50%포인트(p) 높아졌다.

각 은행의 성과급 지급률이 대폭 상승하면서 전체 지급규모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이 정무위원회 황운하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모두 1조3823억원이었다. 올해 성과급 지급 규모는 1조4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임직원 1인당 1억원은 기본

임금이 오르는데다 실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 규모가 확대되면서 은행들의 급여나 복리후생비 총액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복리후생비 지급 규모는 2021년 4036억원으로 전년(3699억원) 대비 9.1% 늘어났다. 임직원 1인당 복리후생비 평균 역시 2020년 487만원에서 2021년 538만원으로 51만원 증가했다.

2021년 기준 5대 은행이 판매관리비 중 급여 항목으로 지급한 총액은 8조7103억원으로 전년(8조2167억원) 대비 6% 늘었다. 급여 항목은 법정퇴직금과 희망퇴직금, 복리후생비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급여 명목으로 임직원에게 지급한 돈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2021년 급여 총액이 2조1657억원으로 전년(2조1467억원) 대비 0.9% 늘어났고,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4.7%(1조5724억원 → 1조6461억원)가 증가했고, 우리은행은 5.6%(1조6674억원 → 1조7605억원) 늘었다. 하나은행은 18.6%(1조2797억원 → 1조5173억원), 농협은행은 4.5%(1조5503억원 → 1조6205억원)으로 각각 증가했다.임직원 1인당 급여 지급액은 KB국민은행 1억2500만원, 우리은행 1억2300만원, 하나은행 1억1900만원, 신한은행 1억1600만원, NH농협은행 1억원 등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지난해 은행권 급여 총액은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1∼3분기 누적만으로고 임직원 1인당 급여액은 1억원에 육박한다. KB국민은행은 9400만원, 하나은행은 8400만원이었고 우리은행 8600만원, 신한은행 8200만원, 농협은행 7200만원 등이었다.

"만만한 게 은행이냐"…금감원장 "약탈적 영업" 지적

은행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금리 상승기에 이자 수익을 기반으로 손쉽게 돈을 벌면서 그들만의 '돈잔치'를 한다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은행측은 사상 최대 실적, 높은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은행 내부에서도 불만이 목소리가 터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는 '만만한 게 은행원이냐'며 '주식 호황일 때 증권사 억대로 성과급 받고, 반도체 호황일 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억대 성과급 받았다. 실적이 좋아서 받는 성과급인데 왜 은행원을 싸잡아서 비난하나',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하라는 정책에 맞춰 금리 조정하고, 각종 서민형 대출 서류심사하느라고 업무가 많았다. 지금은 특례보금자리 업무가 쏟아지고 있다', '은행원이라도 대출에 특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신용대출 받아서 올해 결혼 준비하고 있는데, 성과급 반납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 불안하다'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에서 시작된 은행권에 대한 비판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경쟁 강화를 위해 5대 은행의 과점구조를 깨라는 강도높은 주문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들이 '약탈적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 원장은 "최근 일부 은행들의 구조조정 모습을 보면 금융 취약층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에도 불구하고 지점 수를 줄이거나, 고용창출 인력을 많이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경향성이 강해지고 있다"며 "약탈적이라 볼 수 있는 은행의 비용절감과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정점에 와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주요 은행 간에도 조금 더 경쟁이 촉진될 수 있는 여지가 없는지 고민을 해야 될 것 같다"면서 "4대 금융지주 간의 실효적 경쟁이 어느 정도인지, 은행을 예로 들면 지방은행이나 인터넷, 외국계은행과 실효적 경쟁이 일어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