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AE→병원마케팅→종합광고사 홍보팀장 "3년째 인턴채용도 도맡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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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생생스토리 : 김나현 펜타클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기업PR과 언론홍보는 기본이다. 사내 커뮤니케이션, 광고제 수상 포트폴리오 관리까지. 보통 기업 홍보팀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종합광고회사 펜타클의 김나현 팀장은 '일당백'으로 이 일을 혼자서 다 한다. 홍보 일뿐아니라 채용형 인턴십의 기획부터 홍보·모집까지 3년째 하고 있다. 혼자 채용업무를 맡았지만 매년 선발때마다 지원자가 600여명에 달해 경쟁률이 60대1을 넘을 정도다. 김 팀장은 "채용도 홍보의 한 도구"라면서 "다행히 인턴십을 통해 선발한 친구가 올해 홍보팀으로 왔다"고 웃었다. 지난 7일 김 팀장에게 혼자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었던 '억척 홍보인'의 비결을 들어봤다.
"언론홍보자료 만들때 묘한 기쁨...홍보일이 내게 딱이구나"
"호기심 많고 얕지만 넓은 지식 갖춘 것이 홍보에 큰 장점"
"재밌게 일하다보니 클라이언트회사에서 이직 제안 들어와"
"채용은 홍보의 최고수단...나홀로 인턴십 프로그램 기획"
▶그동안 어떤 커리어를 쌓았나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당시 인기리에 방영된 MBC <논스톱> 속 주인공들이 신문방송학과 학생들로 나왔는데 시트콤이 나의 대학생활 로망을 불 지핀 것 같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학과에 진학을 했다. 나도 졸업만 하면 기자나 PD가 될 줄 알았다.학부 시절 고향인 태안군의 지역 신문사에서 수습기자로 잠깐 일을 했었다.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름유출 사고가 터졌고, 밤낮없이 사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생업이 끊긴 주민들은 내가 보는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자해를 시도했다. 기대했던 기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후 정신 건강을 회복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기자는 더 이상 나의 길이 아니라 생각했다. 직업에 대해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
졸업을 하고 운 좋게도 큰 규모의 광고대행사에서 인턴을 했다. 주로 광고주 온라인 채널에 올라가는 콘텐츠를 만들었었고, 성과도 제법 나오는 편이었다. 처음으로 일에서 성취감을 느꼈다. 그렇게 병원 마케팅실로 옮겨 4년간 마케터로 커리어를 쌓았다. 보도자료와 기획기사를 작성하는 것도 온전히 내 몫이었는데, 기존 업무를 할 때보다 언론 홍보자료를 만들 때 묘한 기쁨이 느껴졌다. 무작정 홍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기자보다는 홍보일…어떻게 시작했나
"호기롭게 퇴사를 하고 곧장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PR 아카데미에 등록을 했다. 몇 주 간 수업을 들으면서 확신이 생겼다. 그 길로 홍보대행사 여러 곳에 지원을 했다. 하지만 나이는 있고 경력은 애매하고, 취업문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다시 마케터로 돌아가야 하나? 생각이 들 무렵 몇 군데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그렇게 홍보 대행사에서 두 번째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대표님이 말하길 나의 패기만 보고 뽑았다고 했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인 만큼 누구보다 진지했고,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나는 트렌드를 읽는 눈이 남달랐다. 주요 클라이언트가 유통 쪽이었는데 기획 자료를 개발하거나 홍보 아이템을 발굴할 때마다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호기심이 많아 얕고 넓은 지식을 갖춘 것도 장점이다. 다양한 언론사의 기자들을 만날 때면 대화가 끊기지 않고 흐름을 주도 하곤 했다."
▶광고회사 펜타클로 어떻게 이직했나
"몇 년을 일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당시 클라이언트였던 이머커스 회사에서 이직 제안이 왔고 기업 홍보팀으로 옮겨 2년 넘게 근무를 했다. 이후 IT 스타트업을 거쳐 현재 현재 메가존 광고사업부서인 펜타클 브랜드커뮤니팀에서 3년째 근무를 하고 있다."
펜타클은 SW개발공급 기업 '메가존'의 광고사업부로 자체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김 팀장은 3년전 1인 홍보담당자로 입사해 400개가 넘는 미디어리스트를 개발하고, 회사 프레스킷을 만들었다. 회사이름의 온라인 채널도 개설했다. 회사를 홍보하고 싶어도 홍보 소재가 없었다. 김팀장은 "회사 홍보를 뭘할까 고민한 끝에 '인턴십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사담당자도 아닌데 어떻게 채용을 기획,모집,선발할 수 있었나
"인턴십이야말로 외부 홍보도 하고 채용도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됐다. 당시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던 시기였는데,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 보니 채용까지 연결되지 않았다. 그렇게 1부터 10까지 맨땅에 헤딩하듯 혼자 준비를 했다. 심지어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다. 직전에 근무한 스타트업에서 인사팀 업무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게 도움이 됐다. 어깨너머로 익힌 채용 프로세스를 인턴 모집에 활용하면서 나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지금은 임원들도 채용업무는 '김나현 팀장이 해야 한다'고 할 정도다"
▶채용형 인턴 모집은 효과가 있었나
"2020~2022년까지 3년간 모두 32명의 인턴을 선발하고, 이 가운데 22명(68.8%)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들의 조기퇴사율은 한자리 숫자에 달할 정도로 낮다. 사실 올해 4기 모집공고를 냈지만, 매번 채용이 쉽지 않았다. 기획과 모집, 면접과 입사 그리고 평가에 이어 정규직 전환까지 무려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데 PM(Project Manager)처럼 전체 과정에 관여해야 한다. 내부 부서와 임원진, 그리고 메가존 인사팀까지 긴 시간 이들과 호흡하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처음 인턴십을 시작할 때 스스로 잘 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부 직원들 역시 모두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나조차도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 준비했으니까. 1기와 2기를 거쳐 3기까지 계속해서 좋은 사례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나보다도 내부에서 인턴십의 필요와 중요성을 더 느낀다. 인턴십 모집 분야는 매년 광고 기획과 제작, 마케팅, 디자인, 테크 등이다."
▶인턴자리 구하기가 어려워 '금턴'이라고 한다. 채용 기준이 있나
"회사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고, 인턴십을 통해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은지 중요하게 본다.
다음으로는 개개인의 성장 가능성과 직무 이해도, 조직 접합도 등을 다면으로 평가하고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을 채용하고 있다." ▶인턴 대부분은 Z세대일 것 같다
"연령대는 94년생부터 00년생까지 다양하다. 대학 졸업을 앞둔 졸업예정자들도 있고 타 회사에서 인턴십을 경험한 이들도 있는가 하면, 2년 차 미만의 경력 사원들이 지원하기도 한다.
X세대부터 MZ 세대까지 다양한 세대들과 협업하고 일을 한다. 일반화할 수 없지만 Z세대는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합리적이고 소통에 있어서도 적극적이다. 본인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굳이 세대를 구분하면서 일하지는 않아 심리적으로 거리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같은 직장인 아닌가? 젊은 광고회사답게 MZ세대 비중이 높다."
▶Z세대를 위한 채용팁이 있다면
"Z세대 인턴사원의 눈높이를 고려해 맞춤형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보다 신속한 채용을 위해 모집 마감일로부터 서류 전형 결과는 3일 이내 발표하고, 14일 안에 면접 전형을 거쳐 최종 합격자 발표까지 전체 채용 기간이 4주가 넘지 않는다. 실제 내부에서 조사한 인턴십 만족도 설문 경과에 신속한 채용 진행과 결과 발표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은 지원자와 회사가 처음 만나는 자리로 기업의 첫인상이 결정된다. 어떤 서비스이건 사용자 경험이 중요하지 않은가? 채용 역시 사용자 경험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팀에서 면접 일정 안내와 지원자들이 당일 면접장에 도착해 끝나고 나가는 순간까지 전체 여정을 개인별로 케어하고 최대한 곁에서 목소리를 들으려고 한다. 부족한 점은 면접 이후 익명의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피드백을 적극 수용해 다음번 인턴십 모집에 최대한 반영하려고 한다.
▶MZ세대가 사회적 화두다.
"MZ들이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선 기성세대의 노력이 필요하다. 선배는 후배가 회사에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노하우 공유는 물론 방향성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두 세대가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소통을 통해 접점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후배의 반짝이는 아이디어 발견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펜타클이 매년 인턴십마다 OJT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에 신경 쓰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Z세대와 소통노하우가 있나
"같은 팀 후배가 인턴으로 입사해 현재 2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나와는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난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다. 업무 지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일상 공유는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하다못해 스몰토크를 이어가는 것도 어색했다. 더욱이 한창 재택근무를 할 때라 메신저로만 소통할 수 있으니 제약이 많았다. 다시 오피스 출근을 하면서 생각을 고쳐먹었다. 정규직으로 입사를 했는데도 내가 인턴사원으로 계속 보고 있었던 것 같더라.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하는 동료로 바라보니 업무적 이야기를 나눌 때나 회사 밖 이야기를 할 때에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성공담도 좋지만 실패 사례도 자주 얘기한다. 나 스스로가 세대를 알파벳에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할 수 있다. 부족하지만 항상 경청하는 자세에 임하려고 한다."
'홍보와 채용을 둘 다 하면 힘들것 같다'고 하자 김 팀장은 "회사 사정을 꿰고 있는 홍보담당자이다 보니 면접자들에게 회사의 비전이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회사의 방향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것이 홍보담당자로서 채용을 하는 장점"이라고 답했다. 마케터,홍보대행사AE,스타트업,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등에서 15년 경력을 쌓은 김 팀장의 다음 행보는 뭘까 궁금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