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 때 종종하는 실수
입력
수정
지면A33
신수정 KT enterprise 본부장얼마 전 한 최고경영자(CEO)가 물었다. “조직 전체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역량이 높은 직원을 많이 채용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고 기존 임직원을 훈련시키자니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고….”
필자는 그에게 전 호텔신라 이사 A씨와 이건희 회장 일화를 말씀드렸다. “호텔신라 이사로 일할 때 회장님께 호되게 혼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회장님이셨죠. ‘신라호텔 빵 맛이 그게 뭐냐? 그게 빵이냐?’며 마구 야단을 치셨습니다. 그러더니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시더군요.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캐나다 밀가루를 쓰고 발효 등 공정 과정, 수증기의 양, 굽는 온도, 에이징 등을 깊이 관찰하겠습니다. 직원들을 프랑스나 일본으로 연수를 보내서 품질을 높이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회장님께서 ‘엉뚱한 답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시는 겁니다. 갑자기 번쩍하고 스치면서 생각이 떠올라서 ‘유능한 기술자를 스카우트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니까 그제야 회장님께서 ‘왜 알면서도 못하느냐’고 하시더군요.”
어떤 조직이 약한 분야의 품질이나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내부 직원의 학습이나 공정 개선, 벤치마킹이 아니다. 그 분야 최고 전문가를 모셔 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전문가와 일하면서 인력들의 수준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일하는 방식이 점프업 된다. 그 전문가는 자신의 실력과 명성으로 필요한 사람들을 알아서 채용한다.
최근 많은 기업에서 이 전략을 쓴다.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한다. 그런데 필자의 관찰에 의하면 많은 기업이 큰 실수를 한다. 어떤 실수일까? 특정 기술 전문가를 뽑아서 조직을 맡기는 실수를 많이 한다.특정 기술 전문가는 기존에 전체를 잘 아는 리더가 있고 특정 영역을 보강하려 할 때 영입하면 효과적이다. 그런데 특정 기술 전문가를 뽑아 전체 영역의 리더를 맡기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이는 이 차이를 구별할 능력과 인식이 부족해서다.
만일 우리가 팀의 축구 역량을 높인다고 해보자. 누구를 영입해야겠는가? 그렇다. 좋은 축구 코치다. 센터포워드나 골키퍼가 아니다. 팀의 역량 중 무엇이 부족하고 이를 향상하려면 어떤 훈련과 시스템이 필요하며, 어떤 내부 양성과 외부 채용이 필요하고 승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시스템 구축을 배우거나 경험하지 못한 센터포워드나 골키퍼를 했던 분이 조직 전체를 지휘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물론 조직 규모가 작다면 코치도 하고 선수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 좋다. 그런데 전문가일지라도 맞지 않은 역할을 하면 본인도 힘들고 그를 영입한 조직의 역량도 높아지지 않는다.조직을 맡기려면 특정 기술을 잘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방법론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전문가 리더를 찾아야 한다. 손흥민과 히딩크는 완전히 다른 역할임을 기억해야 한다.
최악의 ‘외부 영입 사례’는 무엇일까? 말만 잘하는 중계자나 평론가를 뽑는 것이다. 축구를 아무리 훌륭하게 설명한다고 해도 캐스터를 축구 감독으로 앉히는 순간 그 팀은 폭삭 망할 것이다.간혹 영악한 평론가들의 현란한 배경과 말솜씨에 속아 훌륭한 전문가요, 리더인 줄 오인해 영입한 후 조직을 망친 경우도 있다. 중계자나 평론가는 선수도 코치도 리더도 아님을 명심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