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할 마음 안나"…은행 '성과급 잔치'에 허탈한 中企의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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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 등 16곳 "경영 잘한 성과 아닌 고금리시기 이자로 번 돈"비판중소기업계가 금리 상승기에 사상 실적을 내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 은행권에 대해 대출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이정한 여경협회장 "모든 게 어려운데…은행 성과급 소식에 기업 할 마음 안나"
"IMF때 대규모 공적자금으로 회생한 은행, 중기·소상공인과 상생해야"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6개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고금리 고통 분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세희 소공연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작년 5대 은행의 성과급 총액은 1조3823억원에 달하는 데 이는 금융권이 경영을 잘해 얻은 성과가 아니다"라며 "이자장사로 손쉽게 돈을 벌었고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과도한 성과급 지급에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금융권은 외환위기(IMF)때 대규모 공적자금 덕분에 부도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며 "지금이라도 중소기업·소상공인과의 상생에 적극 나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단협은 △대출금리 즉시 인하 △저금리 대환대출 강화 △상생기금 확대 등을 금융권에 촉구했다.대출금이 인하와 관련 중단협은 "은행 대출의 44%가 중소기업 대상이고 자영업자를 포함한 가계대출이 49%인만큼, 취약 차주로부터 거둬들인 이자 수익은 경기가 어려울때 나눌 수 있어야한다"고 밝혔다. 이를위해 금융당국에 예대금리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 저금리 대환대출의 한도와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을 높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의 상생노력을 평가하는 상생금융지수를 만들고, 상생기금도 기존 5000억원에서 대폭 확대해야한다고 요구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은 86%가 담보나 보증서가 있는 안전한 담보대출인데 경제가 어려워지면 은행권이 중기 대출부터 회수해 ‘비올때 우산 뺏는’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10조원 규모의 대책 역시 실제 재원은 7800억원 수준에 불과하고 가장 절실한 금리인하와는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저금리 대출을 위한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신경을 써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은행의 비이자수익 비중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금융업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처럼 직접 기업에 투자해 은행도 살고 기업도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100대 금융회사 이자이익 비중은 50%이지만 국내 은행들은 90%로 상당히 편중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은행이 기업에 자본투자를 할 수 있어야 기업들도 가치가 높아지고 은행도 금리보다 높은 투자이익을 거둬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정한 여경협 회장은 "은행은 담보없이는 중소기업에 대출을 안해준다"며 "작년 인건비가 너무 오른데다 물가, 금리 등 모든 것이 어려워졌는데, 은행권의 성과급 잔치 소식을 들으면 너무 마음이 아프고 기업할 마음도 안난다"고 토로했다.
한편 중기중앙회의 최근 중소기업 조사결과, 금융기관 대출시 겪었던 애로는 '높은 대출금리'가 85.7%로 가장 높았다. 지난 1월 전년 동월 대비 대출금리 인상폭은 2.8%포인트(2.9%→5.7%)로 기준금리 인상폭(2.25%p)보다 높았다. 은행의 이자수익 기반 사상 최대 영업이익 성과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이 79.3%에 달했으며, 그 이유로는 ‘과도한 예대마진 수익’(62.2%)과 ‘과도한 퇴직금 및 성과금 지급’(22.7%)을 꼽았다.
가장 필요한 대책(복수응답)으로는 △은행의 기준금리 이상 대출금리 인상 자제(73.7%) △이차보전 지원사업 등 금리부담 완화 정책 확대(45.7%) △저금리 대환대출 △금리인하 요구권 등 실효성 제고(35.7%) △상생금융평가지수·기금조성 등 상생 정책 활성화(20.7%) 순이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