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싫으면 관두지, 뭐하러 노조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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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노조문화 바꾸는 MZ세대“쿠팡이 싫으면 관두지, 노조를 왜 하나요?”
(5) MZ "소속 대신 자유"
"노조 할 시간에 배달앱으로
돈 더 버는 게 효율적"
"플랫폼 기업 평생직장 아냐"
배달 근로자들 독립성 중시
정규직 전환 관심 없고
자유로운 입·퇴사 선호 '뚜렷'
지난 2일 밤 10시 경기 광주의 한 쿠팡 물류센터. 물건을 나르던 아르바이트 대학생 김모씨(23)는 노조에 가입했는지를 묻는 기자에게 정색을 하며 반문했다. 김씨는 틈날 때마다 수도권 물류센터를 돌며 하루짜리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 용돈과 학비를 번다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도 노조 가입이 가능하다.그는 “노조 활동을 할 시간에 차라리 배달 앱으로 돈을 더 버는 게 효율적”이라며 “알바 앱으로 일감을 비교해 더 많이 주는 곳을 찾아다닌다”고 귀띔했다.
노조 거부하는 단기근로 생태계
현장 근로자 대다수는 김씨처럼 노조 활동에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기자가 플랫폼 노조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최근 쿠팡물류센터에서 직접 8시간 야간 근무(오후 8시~다음날 오전 4시)한 뒤 내린 결론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쿠팡물류센터지회(민주노총 쿠팡노조)에 속한 조합원은 약 200명. 전국 97개 물류센터 직원 3만7992명의 0.52%에 불과한 비율이다. 노조가 본사 점거 등 강성 투쟁을 연출하며 존재감 확보에 안간힘을 쓴 것에 비해서는 처참한 가입률이라는 평가다.플랫폼 현장 근로자들의 가장 특징은 독립성이다. 한 단기 근로자는 “플랫폼 기업을 평생직장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잠깐 모인 뒤 헤어질 사이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근로 희망자는 ‘쿠펀치’란 앱을 통해 전국 물류센터의 일감을 찾는다. 각각의 물류센터는 저마다 필요한 구역별(입고·재고 조사·출고·허브) 인원을 파악하고, 날짜·시간별로 부족한 인력을 앱에 공개 공고한다. 이를 본 근로 희망자들이 신청하고, ‘묵묵히’ 일하다가 헤어지면 되는 식이다. 대형 선반에 쌓인 물건의 수와 종류를 살피는 재고 조사를 하는 동안 주변 동료들과 나눈 사적 대화는 거의 없었다. 일부는 무선 이어폰을 꽂은 채 일할 만큼 분위기가 자유로웠다. “지시를 하는 이도 비슷한 계약직이라서 상하관계란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는 게 또 다른 단기 근로자의 말이다.배달 플랫폼 기업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배달의민족에서 라이더를 직고용하기 위해 ‘딜리버리앤(N)’을 출범시켰지만 7개월이 지나도록 당초 목표 인원(50명)을 못 채웠다. 배달의민족 측은 “기업과 상사에게 얽매이기 싫다는 이유로 정규직 전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는 “플랫폼산업 종사자들은 자신의 업을 ‘계속하는 일자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 편한 일 쇼핑하는 노마드족 늘어”
쿠팡 물류센터는 인기가 높다. 경기 부천·동탄·고양 등 수도권 물류센터는 조기 마감될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하다. 기자도 어쩔 수 없이 집에서 40㎞가량 떨어진 인적이 드문 경기 광주로 신청해야 했다. 평균 일당은 주간 약 9만원, 야간 약 13만원이며 일한 다음 날 개인 통장에 바로 입금됐다. 또 집 근처까지 공짜 통근버스가 운행되고 한 끼 무료 식사가 제공된다. 쿠팡은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와 센터까지 약 1400대의 통근 버스를 운영한다.노조 측은 냉·난방기 시설 부재, 쉼터 열악 등 근무 환경 개선을 주장하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근로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8)는 “집에서 여러 알바 앱을 통해 비교하고 장단점을 분석한 뒤 이곳을 선택했다”며 “쿠팡의 근무 환경이 마음에 안 들었다면 찾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노조의 숙제가 조합원 유치라면, 회사의 가장 큰 과제는 장기 근속자 확보다. 사이버대 등록금 지원, 지인 일자리 소개 시 한 명당 70만원 지급 등 여러 인센티브를 내걸고 있다. 그럼에도 양측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평가다.
젊은 세대들이 지배하는 플랫폼 기업은 기성 노조와 일반 기업에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년 보장, 군대식 단체생활 등 노조가 결속되기 쉬웠던 전통 제조업이 주도해온 전투적 투쟁 방식과 획일화된 집단화의 한계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노조는 전투를 통한 쟁취를 중시하다 보니 젊은 세대와 (가치관이) 충돌하고 있다”며 “기존 노조가 개혁하고 변화해야 모든 노동자에게 득이 된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