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혜택에 보조금까지 챙기면서…'회계장부 못 깐다'는 양대노총

年 1200억 받으며…회계자료 제출 '조직적 거부'

도박비 탕진·10억 횡령까지…

나랏돈 받고 부동산 취득세 면제도
노조집행부, 혈세를 '눈먼돈' 취급

美·英, 회계보고서 제출은 의무
"노조 투명한 회계공개 정착돼야"
사진=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사무국장 A씨는 조합비 7500만원을 도박비 등으로 썼다가 2021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산업노조 위원장 B씨도 조합비 10억여원을 횡령해 지난해 징역 4년에 처해졌다.

노동계 안팎에선 노조 집행부의 조합비 횡령 사건이 반복되는 것은 회계감사 제도가 느슨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대 노총이 해마다 총 1000억원이 넘는 정부의 직·간접 지원을 받으므로 ‘깜깜이 회계’를 눈감아 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 영국 등과 같이 법으로 노조 회계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 지원금에 稅 혜택까지 받고도…

19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정부의 회계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양대 노총은 상당액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한국노총에 배정된 국고지원금은 매년 약 30억원 안팎이다. 민주노총의 본부 사옥 보증금 약 30억원도 정부 지원금이다.

양대 노총 산하 각 지역본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따로 지원금을 받는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을 모두 더하면 지난해에만 298억50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노조 회계 감사는 대부분 형식적인 내부 감사로만 이뤄지고 있다. ‘지원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배경이다.양대 노총이 세제 혜택을 받는 조합비를 통해 조직을 운영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조합비를 지정기부금으로 분류해 1000만원 이하는 15%, 1000만원이 넘으면 30%의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월 2만원씩 조합비를 납부하면 연 24만원의 15%인 3만6000원을 세금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양대 노총 조합원 총 250만 명을 곱하면 900억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세액공제 직접 혜택은 개인 근로자가 받지만 조합비 납부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양대 노총 역시 혜택을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부가적인 혜택도 적지 않다. 정부는 노조가 업무에 직접 사용하기 위해 취득하는 부동산의 취득세를 면제하고 있다. 과세기준일 현재 업무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도 재산세를 매기지 않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과거 정부는 노조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이유로 회계 자료 제출 요구에 소극적이었다”며 “노조의 자율적 감사만으로는 회계 투명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노조 회계 자료 제출 의무화해야”

노조 재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 자료 제출과 회계 감사 결과 공시를 의무화하고, 회계감사인의 자격을 제한하는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미국은 법으로 노조 회계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노조 자산과 부채, 외부 수령금 및 출처, 조합 임원 급여 등을 포함한 보고서다.영국은 회계감사인의 전문성 및 독립성 확보까지 법으로 주문하고 있다. 노조 회계감사인은 기업 회계감사인과 같은 자격이 필요하며 노조로부터 직·간접적 지시나 영향을 받기 쉬운 사람은 배제하라고 명시했다. 일본 역시 노조 회계감사인 자격은 공인회계사 등으로 제한하고 노조 전임자, 노조 회계 담당자는 배제할 것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슷한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노조를 등에 업은 거대 야당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우선 현행 노조법을 활용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감독에 나서야 한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대규모 노조에 회계 및 결산 자료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재정 운영 상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곽용희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