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으려는 千·黃, 보듬으려는 金·安…결선투표·지지율 함수(종합)

김기현, 황교안 '울산땅' 의혹 제기 반박 불구 직접 공격은 자제
천하람 "우왕좌왕" 비판에도 안철수 "호남 도전 높이 사…이제 한팀" 구애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본경선이 중반전으로 접어들면서 후보들 간 신경전도 날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김기현 안철수 후보가 선두권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천하람 황교안 후보가 이들을 맹렬히 추격하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최근의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천, 황 후보는 각자 1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추격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도 성향의 천 후보는 수도권·청년층에서, 강성 보수 성향의 황 후보는 영남권·장년층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김 후보와 황 후보, 안 후보와 천 후보의 지지층이 대체로 겹치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각각 한쪽이 커지면 다른 쪽은 위축되는 '제로섬'의 관계와 비슷한 상황이 됐다.

다만 천, 황 후보는 거침없는 공세를 쏟아내고 있지만, 김·안 후보는 가급적 참전하지 않으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하다. 결선투표로 갈 가능성을 고려해 이들과 우호적인 환경에서 표심을 흡수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현재 황 후보는 '울산 KTX 역세권 부동산 시세차익' 의혹을 고리로 삼아 김 후보를 몰아세우고 있다.

지난 15일 첫 TV토론에서 김 후보의 의혹을 가장 먼저 거론한 것도 황 후보였다. 이날엔 입장문을 내고 김 후보의 해명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더는 거짓말하지 말고 즉시 사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천 후보도 안 후보의 '약한 고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천 후보는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안철수는 우왕좌왕 어물쩍하는 사이에 본인의 위치를 잃었다"고 말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나 당정관계 논란 등을 둘러싼 대응을 문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당원들은 천하람 대 김기현의 구도로 굳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김, 안 후보는 상호 견제에 집중하며 천, 황 후보를 애써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김, 안 후보는 여론조사상 지지율 30∼40% 내외에서 엎치락뒤치락 다투고 있다.

결선투표제를 고려하면 천, 황 후보의 고정표 흡수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김 후보의 '울산 KTX 역세권 부동산 시세차익'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것은 황 후보이지만, 김 후보는 뒤늦게 가세한 안 후보 '때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울산땅 의혹'에 대한 반박도 김 후보가 직접 황 후보를 비판하기보다는, 캠프 대변인의 입을 빌리는 양상이다.

강성 보수 표심을 의식해 황 후보와의 극한 대립은 피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이날 2차 TV토론에서도 안·천 후보 약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며 토론을 전개하는 한편 황 후보와는 선제적 공세에 대응하는 수준을 유지했다.

안 후보 역시 천 후보를 직접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김 후보에 대해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곳에서 20년 있었다"며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냈지만, 천 후보의 비판에 대해서는 날을 세우지 않았다.

TV토론에서는 한층 적극적인 '구애' 분위기마저 감지됐다.

안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을 할애해 천 후보를 치켜세웠다.

"호남에서 원외 당협위원장 하는 의도를 높이 산다"며 "벤처 기업가의 도전 정신처럼, 험지를 직접 선택하고 출마한 것을 아주 좋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분위기는 토론회장 밖으로 이어졌다.

천 후보는 토론회장을 떠나면서 조우한 안 후보에게 "덕담 감사하다"며 "어려운 제3당의 길도 꾸준히 노력한 점을 마찬가지로 높게 평가한다"고 화답했고, 안 후보는 활짝 웃으며 "이제 한 팀이 됐다"고 이어받았다.

천 후보는 "선의의 경쟁도 하면서 힘을 모을 부분들 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며 안 후보와 악수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결선투표를 가지 않겠다는 김 후보나, 결선투표로 가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 안 후보나 나머지 둘을 막판까지 곱게 모셔야 하는 판국"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