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방화·상점 약탈도 잇따라

보조금 폐지 정책에 저항…정부 "119명 구금·19명 부상"
남미 수리남에서 정부의 보조금 폐지 정책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 속에 방화와 상점 약탈 등 불법 행위가 이어졌다. 19일(현지시간) 현지 방송인 텔레수르티비와 AFP·AP통신에 따르면 지난 17일 수도 파라마리보에서는 1천여명의 시민이 정부의 연료·전기료 보조금 감축·폐지 정책에 항의하는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찬드리카퍼사드 산토키 수리남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치며 도로 곳곳을 점거했다.

일부는 차량에 불을 태우거나 상점에서 물건을 닥치는 대로 쓸어가는 등 약탈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격앙되는 분위기 속에 시위대는 국회의사당 진입까지 시도하려다, 이를 막아선 경찰과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돌과 유리병을 집어 던지는 시민을 향해 경찰은 최루가스와 공포탄으로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54.6%에 달한 연간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정부가 연료와 전기 보조금을 대거 삭감하거나 사실상 없애기로 하면서 촉발됐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에 따른 긴축 재정의 일환이라고 호소하며, 이번 정책으로 연간 약 1천90만 달러(140억원) 상당을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들은 그러나 정부 실정을 국민 고통 분담으로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케네스 아목시 수리남 법무부 장관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수도에서의 소요 사태로 발생한 부상자는 지금까지 19명"이라며 "약탈 및 폭력행위 주동자와 가담자 119명을 구금한 상태로,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체포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몸살을 앓는 일부 남미 국가와는 달리 수리남에서 이 정도 강도의 시위는 익숙한 일은 아니다.

아목시 장관은 "심각한 법치주의 위반 사례로 보고 있다"며, 도심 지역에 경찰력 배치를 늘리고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활동가 스테파노 비에르블리에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의회 주변에서 반자동 무기로 추정되는 총성이 들렸고, 이유 없이 군중에게 최루탄이 발사됐다"며 당국에서 먼저 과잉 대응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고 텔레수르티비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