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상승률 둔화되지 않았다…스티키 인플레 징후 포착

애틀란트 연은이 매월 '스티키 인플레' 발표
변동성 적어서 끈적끈적하단 의미의 '스티키'로 불러
한번 오른 가격 좀처럼 내려가지 않아
2021년부터 CPI 급등 예고해 주목 받아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다시 인플레이션 급등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재화와 서비스에 가중치를 부여해 집계하는 '스티키'(sticky) CPI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서다. 스티키 CPI는 2021년 Fed가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 치부했을 때도 물가 급상승 위험을 예고한 바 있다.

19일(현지시간) CNN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주변에 머물고 있다"는 제목으로 애틀란타 연은이 집계한 스티키 CPI 상승률을 소개했다. 1월 스티키 CPI 상승률은 6.7%로 1982년 최고치를 찍었다. 스티키CPI는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상품과 서비스의 물가지수를 뜻한다. 유아복, 알코올음료, 가구, 자동차 유지비용, 의료 서비스, 통신, 대중교통비 등이 해당한다. 한번 가격이 올라가면 쉽게 내려오지 않아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한다.실제 2021년 6월 CPI 상승률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Fed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안 물가 지표인 스티키 CPI를 지목하며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인플레이션 수준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스티키CPI의 2021년 4~6월 상승세는 지난 1991년 이후 가장 높았다.

CPI 상승률은 둔화했지만 소매판매와 구매자물가지수(PPI)가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AL 상무부는 1월 소매 판매가 전월보다 3% 증가했다고 지난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문가 전망치(1.9%)를 1%포인트 이상 훌쩍 뛰어넘은 결과다. 지난달 소매 판매는 2021년 3월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작년 11∼12월 두 달 내리 1%대 감소했던 미국의 소매 판매는 식음료(7.2%)와 자동차 및 부품(5.9%), 가구(4.4%) 등의 부문에서 급증세를 보였다. 휘발유와 자동차를 제외한 근원 소매 판매도 전월보다 2.6% 늘어나 거의 2년 만에 최대폭 증가세를 보였다. 작년 인플레이션 여파로 소비를 줄였던 미국인들이 강력한 노동시장과 임금 상승에 힘입어 다시 소비를 늘린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3.4%로 54년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17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1월 PPI는 전달보다 0.7% 상승해 전문가들의 예상치 0.4% 상승을 웃돌았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크게 상승한 것으로 전달 0.2% 하락한 데서 상승세로 전환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1월 PPI는 6.0% 올랐다. 이는 전달의 6.5% 상승보다는 낮아진 것이지만, 시장 예상치인 5.4% 상승을 웃돈 것이다. 도매 물가가 전월 대비로 다시 오르고 있다는 점은 소비자물가에도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은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문제라는 것" 이라며 "최근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가격 상승이 여전히 지속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