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압구정 1호점 알바생, 20년 후…'매장 신화' 된 비결

백한수 맥도날드 이사 인터뷰

"처음부터 전문가는 없어…회사와 함께 성장"
매장신화 비결 "찾고, 배우고, 즐긴다"
"처음부터 전문가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겁먹을 필요가 없지요. 일단 도전하면,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백한수 한국맥도날드 디벨롭먼트 총괄 이사(사진)는 "현장에는 인생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현장 찬양론'을 폈다.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맥도날드 본사에서 만난 그는 매장 부지 선정부터 출점 전략, 매장 장비 관리를 총괄하는 임원이다. 외식업에 있어서 매장 부지 선정 작업은 사업 성패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그만큼 높은 전문성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상당 수의 외식업 종사자들이 꿈 꾸는 업무이기도 하다.

백 이사는 "외식업은 출점 전략과 매장 설계, 마케팅, 고객서비스, 제품 품질, 위생 등 모든 것이 맞물려 결과물을 낸다"며 "매장에서 경력을 시작한 것이 이 모든 분야를 이해하는 밑걸음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 맥도날드 1호점 아르바이트(크루) 출신이다. 1991년 맥도날드 크루로 근무하다 군 복무와 학업을 마치고 1995년 맥도날드 매장 매니저에 지원했다. "매장 업무가 육체적으로 힘들고 고객 대면으로 간혹 당혹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경험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백 이사는 설명했다. 그는 "본사에서 관리 업무를 하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답은 늘 현장에 있었다"고 했다. 매장직에서 본사 임원까지 오른 '현장 신화'의 공통된 특징은 주어진 업무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 이사도 그랬다. 2000년 초반 명동 매장의 점장업무를 맡았던 백 이사는 당시엔 낯설었던 프랜차이즈 영화관과의 협업을 성공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명동에 새롭게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관이 입점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명함을 들고 찾아갔다"며 "햄버거 매장과 영화관 고객을 동시에 잡는 행사는 결국 명동 상권 협업 이벤트로 발전했다"고 회상했다.

백 이사는 "업무와 관련해 촘촘하게 짜여진 사내 교육시스템은 나 자신을 더욱 성장시켰다"며 "업무를 즐기려고 노력했다는 점도 이 자리까지 오게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외식업에 서비스 로봇이나 키오스크 도입이 확산되며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겠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백 이사는 "당장 인력구조를 크게 바꾸지는 못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부족한 일자리 때문에 보조적 역할로써의 로봇이 도입되고 있다"는 게 백 이사의 진단이다.

그는 "처음 맥도날드 매장에 키오스크가 도입될 때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매장에선 주문 속도가 더 빨라지며 주방 내부 조리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외식업에 28년간 몸 담아 온 백 이사는 "외식업에 관심있는 청년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며 "배우려는 의지와 즐기려는 자세가 있다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