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빅테크 규제 마무리 신호…디디추싱 창업자, 정부 행사에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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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압박에 뉴욕 자진상폐했던 디디추싱, 홍콩증시 재상장 길도 열려중국 지도부가 자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에 대한 압박을 마무리하겠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주관 행사에 당국 규제의 집중 대상이 됐던 디디추싱의 최고경영자(CEO)도 초대됐다.
중국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빅테크 CEO들을 초청해 인터넷발전좌담회(사진)를 열었다고 20일 발표했다. 장윈밍 공업정보화부 차관이 주재한 이번 좌담회에는 청웨이 디디추싱 창업자 겸 CEO가 참석했다. 청 CEO는 디디추싱이 2021년 6월말 당국의 만류를 무릅쓰고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한 뒤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었다. 좌담회에는 마화텅(텐센트), 리옌훙(바이두), 레이쥔(샤오미), 딩레이(넷이즈) 등 중국 빅테크 총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공업정보화부는 회의 참석자들이 디지털경제의 활성화 및 디지털과 실물 경제의 통합 가속화 등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내건 목표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다짐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선 청웨이 CEO가 공식 행사에 등장한 것에 특히 주목했다. 당국이 디디추싱에 각종 규제를 종료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은 디디추싱의 상장 직후 국가안보 조사에 착수했다. 이를 계기로 회원 100만명 이상의 인터넷 기업은 해외에 상장할 때 국가안보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제도 도입했다.
디디추싱은 이후 신규 회원 모집 중단, 앱스토어 앱 삭제 등의 조치를 당했다. 1년여에 걸친 조사 끝에 지난해 7월에는 사이버보안법 등 위반으로 80억2600만위안(약 1조50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디디추싱 2021년 매출의 4.7%에 달하는 금액이다. 당국은 6개월가량 더 시간을 끈 뒤 지난달에서야 신규회원 모집을 허용했다. 디디추싱은 지난해 5월에는 뉴욕증시에서 자진 상장 폐지했다. 이 회사가 가진 방대한 운행 데이터가 미국 정부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중국 당국의 우려를 반영한 조치였다. 디디추싱은 홍콩거래소에 다시 상장할 계획이다. 비상장주를 갖고 있는 주주들도 홍콩 계좌를 열면 거래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지난 17일 자국 기업의 홍콩을 포함한 해외증시 상장 규칙을 개정했다. 국가안보 심사 대상 기업의 범위를 모든 기업으로 확장한 것이 골자다. 해외 상장 규제를 강화한 것이지만, 강도높은 국가안보 조사를 받은 디디추싱은 이 규정에 근거해 홍콩 상장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했다. 해당 규정은 3월31일부터 시행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