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빚잔치 벌이던 세계, 지난해 이자비용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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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GDP 대비 이자 비용 비율 14.5%로 급증10여년간 지속된 저(低)금리 기조가 지난해 막을 내리며 세계 각국의 이자 부담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금리인상 탓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이자 비용 비율이 1년 새 25% 늘었다. 이자 압박이 거세지며 곳곳에서 국가 부도 위기가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총 부채도 300조달러 육박
신흥국은 국가부도 위기 내몰려
19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지는 선진국 및 신흥국 총 58개국의 기업, 가계, 정부 부채를 추산한 결과에 기반 이자 비용은 13조달러(약 1경 6820조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10조 4000억달러에서 1년 만에 25% 급증했다. 조사 대상인 58개국의 GDP 총합은 세계 경제의 90%를 차지한다.세계 각국의 총 부채는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2019년에 총 255조달러였던 부채는 지난해 300조달러에 육박했다. 각국이 코로나19 지원금을 제공하느라 재정 정책을 무리하게 확장한 탓으로 풀이된다.
이자 비용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증했다. GDP에 대한 이자 비율은 2021년 12%에서 지난해 14.5%로 확대됐다. 금리 수준이 인상하며 이자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58개국의 평균 금리는 2021년 1분기에 2.6%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말 7.1%로 치솟았다.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앞으로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2027년 세계 각국의 GDP 대비 이자 비용은 17%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평균 1%포인트 인상하게 되면 비중은 20%에 도달할 전망이다. 전 세계가 생산한 가치의 5분의 1을 이자로 지출하는 셈이다.이코노미스트는 "명목 소득이 증가하고 부채가 늘어나지 않아도 향후 몇 년간 이자 부담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고(高)금리 시대에 부채가 줄어도 소득(GDP) 대비 이자 상환액이 증가한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연구 결과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국가별로 이자 부담이 가장 큰 주체가 달랐다. 덴마크,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 유럽 선진국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 국가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은 약 200%로 추산됐다. 가계 부문에서 1년 가처분소득의 2배가량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가계의 경우 장기 고정금리를 채택한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커서 부도 위험이 임박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부문은 부채 압박이 덜한 편이다. 지난해 기업 부채 데이터를 제공한 39개국 중 33곳에서 영업이익 대비 부채비율이 감소했다. 다만 프랑스 기업은 영업이익 대비 부채비율이 9배에 달하며 부도 위험이 가장 컸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유럽의 투기 등급 회사채의 부도율은 지난해 초 1% 수준에서 지난해 말 2% 이상 상승했다.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로 정부 부채가 꼽힌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아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 달부터 긴축 정책을 확장해 국채 매입을 중단하고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방침이다. 국채 수익률이 유럽 평균보다 높은 이탈리아가 가장 위험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신흥국은 더 위험한 상황이다. 국가 부도 위기에 내몰릴 수 있어서다. 아르헨티나는 2020년부터 해외 부채에 대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인 상태다. 가나, 이집트 등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려 재정 긴축에 나섰다. 아프리카 빈곤국들도 중국 정부가 제공한 차관 때문에 부도 위기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지만 노동 환경이 악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간 경제에도 타격을 입힌 것이다.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임금 상승률 평균값이 물가 상승률을 밑돌았다. 지난달 미국의 명목임금 상승률은 1년간 4.4% 올랐지만, 소비자 물가는 6.4% 상승했다. 유럽도 1년간 9% 가까이 물가가 오르는 동안 임금은 5% 오르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에 뒤처지고 있다고 관측했다. 한번 올리면 되돌릴 수 없는 임금 특성상 기업들이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동조합도 경기침체를 앞두고 임금 인상 대신 고용 안정성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안드레아 가르네로 이코노미스트는 "성장 둔화로 인해 해고 위험이 커지자 유럽 노조가 고용 안정성을 임금보다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