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 SDG‧ESG 등 사회 담론에 적극 뛰어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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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글로벌 ESG포럼 책자 발간 기념 좌담회"대학이 SDGs(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 교육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일 년에 1500명, 많으면 3000명씩 관련 내용을 조금이라도 접할 수 있게 교육하면 몇 년 후엔 인재가 넘칠 겁니다." (한경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대학이 사회지도자 길러내는 일 못하고 있어"
"1년에 3000명씩 SDG 접할 수 있게 교육해야"
"대학은 지금 위기입니다. SDGs와 같은 사회적 분야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문일 전 한국공학교육학회 회장)주요 학계 인사들이 대학이 직면한 위기는 SDGs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한 고민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대학에서부터 관련 교육 과정을 체계적으로 마련하면 SDGs 달성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글로벌라운지에서 열린 좌담회에선 '대학의 미래'에 관한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이번 좌담회는 지난해 10월 열린 '2022 글로벌 ESG포럼 with SDG' 내용을 정리한 책자가 발간된 기념으로 마련됐다. 해당 포럼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한국공학교육학회, 한국경제신문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한 총장과 문 전 회장(연세대 공과대 교수)을 포함해 박영렬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연세대 경영대 교수), 조중래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정종훈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서현숙 유네스코한위원회 지적연대본부 네트워크사업실장 등이 참석했다.박 회장은 "대학의 존재 이유는 교육과 연구를 통해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윈도우(window‧창)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이 사회 지도자를 길러내는 일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며 '대학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대학이 ESG, SDGs 등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담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박 회장은 "대학이 미래 가치를 재정립하는 데 있어 SDGs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며 "교수들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교육과 연구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한 총장은 "새 강의나 전공을 꼭 만들지 않더라도, 기존 강의를 활용해 충분히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며 "1년에 1500명, 많게는 3000명까지 가르치면 재미를 붙이는 학생들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한 개 전공만 공부하고 졸업하는 시대는 끝난 지 오래"라며 "ESG, SDGs 관련 과정은 평생 교육과도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연세대의 경우 모든 과목이 개설 단계에서부터 SDGs와 어떻게 결부돼 있는지를 기술하게 돼 있다"며 "전략 수립 단계에서의 고민을 넘어 실제 이행 가능한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을 병행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교육 과정 마련에 있어 문‧이과 융합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조 교수는 "올해 봄 학기부터 고려대 공과대학 내에 SDGs 관련 신입생 대상 교양 과목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라며 "경영과 엔지니어링이 적절히 융합돼야 진정한 해결책을 고안해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SDGs 달성을 위해 대학은 인재를 양성해 사회에 진출시키는 일뿐만 아니라, 연구와 교육을 넘어선 대학 자체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며 "SDGs 내 17개 주목표를 기준으로 전체 교육 과정을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문 전 회장은 “SDGs 달성에 맞는 대학의 비전과 전략을 세운 뒤 학과 커리큘럼 등을 이에 맞게 재정비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의 재편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