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개막 1주일 앞두고 참가 취소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사진)이 오는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 참석해 망 사용료 관련 세션에 연사로 참여하려던 계획을 막판에 취소했다.

이 장관은 20일 오후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열린 'K-네트워크 2030 전략' 발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리에 급성 관절염이 생겨서 많이 걷기 어렵다"며 "스페인 출장을 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다소 절뚝이며 행사장에 나타난 이 장관은 평소 통풍 등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8일 '망 투자: 디지털 혁명의 실현' 세션의 연사로 나설 예정이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이 장관의 불참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망 사용료에 관하여 국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2020년부터 소송전을 벌이는 등 한국 인터넷사업자(ISP)와 콘텐츠 공급자(CP)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 이 장관이 한국 정부의 목소리를 전달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세션에 누가 대신 참여할지, 아니면 아예 참석을 취소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관이 국내 통신사를 지원하는 ‘모양새’가 불참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가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한 이동통신 3사를 압박하고 있는데, 과기정통부 장관이 통신사들을 지원하는 성격의 MWC에 참여하는 게 맞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앞서 LG유플러스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지는 등 현안이 많은 것도 이 장관이 스페인행을 결정하기 어렵게 한 요소로 해석되고 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이날 오전 '통신시장 경쟁 촉진 정책방안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면서 "통신사 간 사전 담합이 아닐지라도 요금 구조나 종류를 살펴보면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합이 형성되는 분위기"라며 "최근 통신사에서 발생한 서비스 장애는 이러한 분위기에 안주하는 가운데 경각심이 사라진 결과가 아닌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처음 열린 '통신시장 경쟁 촉진 정책방안 태스크포스(TF)'에서 통신사들을 질타하고 있다. / 과기정통부 제공.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