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에 안 빼앗겨"…삼성은 왜 '네이버'를 선택했나 [빈난새의 한입금융]

애플페이 국내 상륙 앞두고
네이버페이와 손잡은 삼성페이

'삼페'처럼 네이버페이 결제, 왜 필요할까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 20일 전격 ‘간편결제 동맹’을 맺었습니다.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를 연계해 두 서비스의 사용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건데요.

이용자 입장에선 뭐가 달라질까요. 우선 네이버페이 사용자들은 앞으로 신용카드 결제가 되는 오프라인 가맹점 어디서나 삼성페이처럼 MST(마그네틱보안전송)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갖다대는 것만으로 네이버페이 결제가 가능해집니다. 반대로 삼성페이 사용자들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포함한 네이버페이의 온라인 가맹점 55만 곳에서 삼성페이로 간편결제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나아가 삼성 갤럭시 폰에선 바로 삼성페이를 열어 결제할 수 있는 것처럼, 네이버페이도 앱을 따로 열 필요 없이 바로 진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페이가 그룹사인 삼성카드 외 다른 금융 사업자와 손을 잡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업계에선 이르면 다음달 드디어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는 '애플페이'에 대응해 삼성이 국내 페이 시장과 그 너머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대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사안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결제를 확대하고 싶어하는 네이버페이와 애플페이를 앞세워 국내 아이폰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애플에 대응해야 하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맞아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네이버페이 오프라인 결제, 어떻길래

네이버페이는 가입자가 3150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간편결제 서비스지만 오프라인 결제에 쓰려면 불편이 컸습니다. 네이버페이 현장결제가 가능한 곳은 서울시의 제로페이 가맹점과 전국 10만여 프랜차이즈 매장 정도입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한(34)씨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여서 포인트 적립을 위해 웬만하면 네이버페이를 쓰려고 하는 편인데, 자주 가는 올리브영과 이마트에서도 네이버페이 현장결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불편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나마 네이버페이 현장결제가 되는 곳에서도 QR이나 바코드 결제만 가능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작년 3분기 말 기준 네이버페이의 오프라인 결제액은 전체의 6.5%에 불과한 실정이었습니다. 전 국민이 쓰는 카카오톡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보다 사용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과제였을 겁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손을 잡으면서 앞으로는 네이버페이도 신용카드 결제가 되는 곳이면 어디서나 삼성페이처럼 갤럭시 폰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 결제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마그네틱 카드를 긁어서 결제하는 옛날 단말기로도 비접촉 간편결제가 가능한 삼성페이의 MST 방식을 네이버페이에도 도입하는 것입니다.

굳이 네이버페이로 '삼페'처럼 결제, 왜 하지?

삼성 갤럭시 폰에서 굳이 네이버페이 앱을 열어 삼성페이처럼 결제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삼성 갤럭시 폰에선 화면 하단을 쓸어올리는 것만으로 구동할 수 있는 삼성페이를 쓰는 게 가장 편한 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한씨처럼 네이버페이 포인트 혜택을 극대화하고 싶은 소비자에겐 이번 오프라인 결제처 확대가 분명 반가운 소식입니다. 네이버는 오프라인 결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네이버페이 현장결제 이용자들에게 이런저런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100% 당첨되는 포인트 뽑기나, 특정 제휴 가맹점에서 현장결제를 하면 결제액의 5~10%를 할인이나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혜택이 대표적입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런 소소한 혜택을 챙기기 위해 네이버페이를 택하는 소비자들은 제법 많습니다. 핀테크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벅스 소비자들은 보통 카드나 페이 대신 스타벅스 카드를 많이 쓴다. 스타벅스의 별 적립 혜택 때문"이라며 "범용성보다 '맥락이 있는 결제수단'을 선호하는 게 많은 소비자들의 심리"라고 했습니다.

향후 네이버페이 앱을 따로 열 필요도 없이 삼성페이처럼 바로 결제가 가능해진다면 편의성은 더욱 높아지겠죠. 결제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페이의 할인·적립 혜택과 삼성페이의 간편한 사용성이 결합하면 시장 점유율 확대에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삼성은 왜 네이버와 손잡았을까

그렇다면 삼성페이는 왜 굳이 네이버페이를 파트너로 들였을까요. 애플페이의 한국 진출을 앞두고 일단 삼성페이의 범용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라는 게 중론입니다.

애플페이는 이용자 수가 5억 명을 훌쩍 넘는 글로벌 1위 간편결제 서비스지만 삼성페이가 자리 잡은 국내에는 출시 후 9년이 지나도록 도입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애플페이는 비접촉 결제를 위해 NFC(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을 사용하는데, 이를 위해선 NFC 기능을 갖춘 최신 단말기가 필요합니다. NFC 방식에 더해 옛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로도 쓸 수 있는 MST 방식까지 갖춘 삼성페이에 비해 초기 도입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페이는 이 MST 기술로 초기 장애물 없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로 올라섰습니다. 지금도 국내 페이 시장에서 '휴대폰 제조사', 즉 삼성페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3.6%나 됩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쿠팡페이 쓱페이 등 29개 전자금융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비중이 모두 합쳐 50.4%임을 고려하면 삼성페이의 저력을 알 수 있습니다. 전금업자 페이 서비스의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세긴 하지만 이는 은행·카드사 등 기존 금융사의 파이를 뺏어온 결과일 뿐, 삼성페이의 점유율은 수년째 거의 흔들림이 없습니다.
자료=한국은행 삼성증권
이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 격차로도 이어졌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4%, 애플은 13%에 그쳤습니다. 삼성페이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은 삼성페이와 통화녹음 기능 두 개 때문에 삼성 갤럭시 폰을 떠나지 못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죠.

이런 국내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주인공이 바로 애플페이입니다. 애플페이는 현대카드와 손잡고 이르면 다음달 한국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애플은 애플페이를 앞세워 '삼성 텃밭'이었던 한국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들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애플페이 출시와 함께 오프라인 판매 매장인 애플스토어도 대폭 늘리고 있습니다. 애플은 올해 서울 강남 신논현역 근처에 애플스토어 5호점을, 홍대입구역 앞에 6호점을 잇달아 열 계획입니다. 미국을 제외하고 한 도시에 6개 이상 애플스토어가 몰려 있는 곳은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 캐나다 토론토, 호주 시드니 정도입니다.

특히 10~20대의 아이폰 선호도가 높은 상황에서 애플페이가 도입되면 아이폰은 미래 충성고객 확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 대학생활 커뮤니티 플랫폼인 에브리타임 개발사 비누랩스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사이 출생자인 Z세대를 설문조사한 결과, 지금은 갤럭시를 쓰지만 애플페이가 출시되면 향후 아이폰으로 옮길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6%였습니다. 이미 아이폰을 쓰고 있다는 응답자 중 98%는 아이폰을 재구매하겠다고 해 높은 충성도를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으로서는 일단 삼성페이의 사용 경험을 더욱 개선하는 게 단기적인 대응책입니다. 애플페이가 당장 도입되더라도 이를 쓸 수 있는 NFC 단말기가 모든 가맹점에 보급되려면 최소 1년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후엔 결국 삼성페이도 글로벌 표준인 NFC 우선 방식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겠지만, 일단 그 전까지는 최대한 삼성페이 사용자를 붙잡아둘 필요가 있다는 거죠.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이 아이폰 이용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불 보듯 뻔하다”며 “삼성전자로서도 NFC 보편화 이전까지 이에 대응하려면 다른 서비스와 연계해 삼성페이의 범용성을 높이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