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좀 데워달라는 식당 손님 '진상'인가요?" [이슈+]
입력
수정
"사고 나면 식당 책임…정중한 부탁도 진상"이유식을 먹는 시기의 아이 부모라면 식당에서 한 번쯤 해봤을 부탁이 온라인상에서 소위 '진상'(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손님) 논란을 빚고 있다. 한 자영업자가 이유식도 외부 음식물에 해당한다고 토로하면서다.
식당 사장 주장에 누리꾼들 '갑론을박'
"민폐 맞다" vs "이런 나라서 누가 애 낳겠나"
"사고 나면 식당 책임…정중한 부탁도 진상"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식당 주인이 말하는 이유식 진상인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식당 사장이라고 밝힌 작성자 A 씨는 "(이유식을 데워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는 것도 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그 이유에 대해 A 씨는 이유식이 외부 음식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식당 내에서 먹이는 게 달갑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식당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100% 식당 책임이라는 점을 주장했다.그는 "식당에서 이유식을 너무 뜨겁게 데워서 애가 화상이다? 소송 걸면 식당 측에서 책임져야 한다. 이유식이 차가워서 배탈 났다? 중탕할 테니 뜨거운 물 달라고 해서 줬다가 쏟아서 화상 입었다? 다 식당 책임"이라며 "웃기지만 법이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외부 음식, 이유식이라는 존재 자체가 달갑지 않다"며 "이유식으로 식당 테이블보를 더럽혀도 손님 측은 배상의무가 없는 게 법이더라. 저도 처음엔 호의로 이것저것 해드렸지만, 법과 상황은 결국 자영업자에게 불리하다. 자영업자들을 조금만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했다.이 글은 21일 오전 7시 기준 약 23만회에 달하는 조회수에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유식을 데워달라는 부모의 요청이 민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뜨거운 갑론을박을 벌였다.
"민폐 맞다" vs "이런 나라에서 누가 애 낳겠나"
일부 누리꾼들은 "민폐가 맞다", "배려는 당연한 게 아니다", "나는 아이 키울 때 이유식은 대부분 차 안에서 먹였다" 등의 의견과 함께 A씨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식당을 운영한다는 누리꾼도 "이유식 데워주는 게 싫진 않은데, 아기들이 이유식을 깨끗하게 안 먹어서 '비위 상해서 못 먹겠다'고 다른 손님들이 항의하는 경우가 꽤 많아서 참 곤란하다"고 했다.하지만 '각박하다'는 취지의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렇게 혐오해서 애들 없어지면 식당에 갈 사람이 없어지고 사회가 붕괴되는 것", "이런 나라에서 누가 애를 낳겠나", "이유식 만들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세상 참 갑갑하다", "종이컵에 아이 볼일 보게 하고 그대로 두고 가시는 분, 식당에서 똥 기저귀 가는 분도 봤다. 물론 곤란하고 짜증이 나지만 아이 키우며 본인 밥 한 끼 차려 먹기 힘든 거 엄마들은 안다", "어렵지 않은 부탁인데 왜 논쟁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다" 등의 반응이다.그러면서 누리꾼들은 A씨를 향해 "차라리 노키즈존'을 운영하라"는 취지로 성토하기도 했다. 이에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이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예스키즈존', '오케이존' 등의 확대가 눈길을 끈다.
눈치 보는 부모들…'예스키즈존' 확대 움직임
앞서 서울시는 지난 12일 아이 키우기 편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아이 출입이 환영받는 이른바 '서울키즈 오케이존'을 349개소에서 500개소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케이존은 아이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과 달리 아이 동반 양육자를 환영하는 영업장을 말한다. 오케이존을 이용한 부모들은 지역 맘카페 등에서 "편하다"며 호응하고 있다.이에 서울시는 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부모들의 성원에 힘입어 오케이존을 올해 500개소까지 확대하고 오는 2026년까지 700개소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오케이존 참여 업체에 유아 의자·식기류 등 아이들의 식사를 도와주는 용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업체당 30만원을 지원한다. 올해 신규 지정 업체뿐 아니라 작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업체에도 지원한다.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이들은 A씨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의 부상 등 사고가 식당 책임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은 2016년 2월 '노키즈존 확산,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매장에서 (아이 관련)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업주에게 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노키즈존 도입을 고려하는 영업점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2021년 숙박·음식점에서 발생한 어린이 안전사고는 3189건이다. 주택과 도로·인도, 교육시설, 놀이시설에 이어 5번째로 많다. 2021년 한 해에만 350건이 넘는 어린이 사고가 숙박·음식점에서 발생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