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경보 1만6천여건 발령…지하대피소 등서 900시간 이상 지내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 보고서 '무거운 대가' 발간
"공습경보가 울리면 마을 의회 건물의 벙커로 가요. 달려서 5분, 걸어서 15분이 걸려요.
정전 때 경보가 울리면 사이렌 소리가 나지 않는데, 미사일 폭격이라도 발생한다면 47초 안에 대피소에 도착해야 해요.
"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21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2월 24일) 1년을 앞두고 최근 발간한 글로벌 보고서 '무거운 대가'에서 하르키우에 사는 소피아(가명·16) 양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그는 몇 차례 피란 끝에 우크라이나 서부 자카르파티아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서부는 비교적 안전한 지역임에도 거주민들은 사이렌 소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소피아 양은 공습경보가 울리면 어둡고 추운 지하실에 내려가 1시간 정도를 보내며, 학교에 있는 동안 경보가 울리면 대피소를 찾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일상이 된 폭격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아동과 가족들의 정신 건강과 심리 상태에 막중한 피해를 준다"며 "지속적인 폭력, 가족이나 친구와 떨어진 채 이어가는 피란 생활, 교육에 대한 접근성 부족으로 큰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사일 공격이나 포격 위협을 사전에 경고해 대피를 알리는 공습경보는 1년간 1만6천207건이 발령됐고, 평균 1시간 동안 지속됐다.
지속적인 미사일 공격 등으로 아동과 가족들은 최대 8시간까지 지하 대피소 등에 머물렀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와 24개 지역에서의 공습경보는 2만2천995시간 울렸으며, 지역별 평균은 919.8시간으로 집계됐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 등이 잦은 우크라이나 동부 드니프로에 거주하는 유치원 교사 스비틀라나(가명) 씨는 공습경보가 울리면 200명의 아동이 대피하도록 돕는다.
그는 아이들이 지하 대피소로 갈 때 불안해하지 않도록 대피소를 그림 그리기와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며 "공습경보가 아이들 삶의 일부가 됐다"고 설명했다.
키이우에 거주하는 올레나(가명·12)는 "공습경보가 울리는 동안 스마트폰을 갖고 놀고, 학기 중에는 숙제를 한다"며 "안전을 위해 여기에 있는 게 낫다.
지루하지만 다치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소니아 쿠쉬 세이브더칠드런 우크라이나 사무소장은 "많은 아동은 집과 학교가 파괴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목격했다"며 "도전적인 상황을 견뎌내는 아이들의 회복력은 놀랍다. 기회를 준다면 어려운 경험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