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카드'도 줄줄이 혜택 축소…어떻게 바뀌었나 봤더니 [송영찬의 핀테크 짠테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인데도 할인·적립률이 높아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끈 ‘토스뱅크 카드’와 ‘010페이 카드’가 다음달 1일부터 혜택 변경을 예고했습니다. 카드 기본 혜택이 바뀌면 결제 때 캐시백해주는 브랜드 수나 특별 적립률이 적용되는 날이 늘어나는 반면 인기의 원인이었던 해외 결제 캐시백 비율이나 기본 적립률은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세 번째 혜택 축소

토스뱅크는 지난 14일에 '토스뱅크 체크카드 에피소드 4'라는 이름의 새로운 카드 혜택을 공개했습니다. 사실 기존의 '에피소드 3'라는 이름의 현재 혜택은 지난해 말까지만 적용될 예정이었는데 오는 28일까지로 연장된 바 있죠. 한 번 더 연장되진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결국 다음달 1일부로 적용되는 '에피소드 4'가 등장했습니다.

토스뱅크 카드의 '에피소드 4' 혜택은 기본적으로 '에피소드 3'과 큰 틀에서는 비슷합니다. 이 카드는 각 할인 영역에서 하루 한 번씩 캐시백이 주어지는데, 1만원 미만 결제하면 100원, 1만원 이상 결제하면 500원을 캐시백해줍니다. 단 할인영역은 하나 늘어났습니다. 기존에는 △커피전문점 △편의점 △패스트푸드 △영화 △디저트 △택시 △대중교통 등 7개 영역에서 하루 한번씩 캐시백해줬는데, 여기에 '구독서비스' 영역이 하나 추가돼 이제 할인 영역이 8개로 늘었습니다.
구독서비스 영역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쿠팡와우, 네이버플러스가 포함됐는데요. 문제는 실질적인 혜택 규모입니다. 대부분의 구독서비스는 주로 월 1회 결제합니다. 그런데 토스뱅크카드의 가장 큰 장점은 각 영역에서 일 1회 캐시백을 제공해준다는 점이죠. 다시 말해 네 개의 구독서비스를 모두 구독하는데, 결제일이 각각 다른 날로 지정돼있는 경우에야 한 달에 최대 네 번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은 월 4900원, 넷플릭스는 최저가 상품인 '광고형베이식 플랜'이 월 5500원, 디즈니플러스가 월 9900원, 쿠팡와우가 월 4900원입니다. 모두 월구독료가 1만원 미만이기 때문에 네 개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고 결제일이 각각 달라도 구독서비스로 받을 수 있는 캐시백은 월 최대 400원에 불과합니다.
물론 받는 혜택이 적긴 하지만 캐시백 받을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난 점만 놓고 보면 '개악'이라고까지 부르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변경되는 혜택은 해외이용 캐시백입니다. 토스뱅크 카드는 출범 때부터 해외 결제건에 대해 무제한 3% 캐시백을 제공해왔는데, 이번에 캐시백 비율이 2%로 줄었습니다.

토스뱅크 카드는 해외에서 결제하면 결제 건당 0.5달러의 해외 이용 수수료와 결제액의 1%가 국제 카드브랜드 수수료로 부과됩니다. 그래서 해외 결제 수수료 총합보다 캐시백으로 받는 돈이 클 때에만 사용하는 게 유리했습니다. 그런데 캐시백 비율이 대폭 축소되면서 결제액 기준도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기존에는 해외에서 결제할 때 미화 기준 대략 30달러부터는 토스뱅크 카드로 결제하는 게 유리했습니다. 30달러를 결제하면 1%의 국제카드브랜드 수수료로 0.3달러, 건당 수수료로 0.5달러로 총 0.8달러가 나가는 반면 캐시백으로 결제액의 3%인 0.9달러가 들어오니 수수료 내도 0.1달러를 더 받는 셈이었죠.
그런데 혜택이 변경되면 캐시백으로 들어오는 돈은 0.9달러에서 0.6달러로 크게 줄어듭니다. 당연히 수수료로 내는 돈(0.8달러)이 캐시백되는 금액(0.6달러)보다 커졌습니다.

예전에 토스뱅크 카드를 썼을 때 이득인 금액 구간이 30달러 이상에서 이젠 최소 50달러를 넘는 금액을 쓸때만 유리하게 바뀐 것입니다. 50달러를 결제한다고 가정해볼까요.
50달러를 결제하면 1%의 국제 카드브랜드 수수료로 0.5달러, 건당 수수료 0.5달러로 총 1달러가 수수료로 나가는 반면 캐시백으로는 결제액의 2%인 1달러가 들어옵니다. 50달러를 낼 때 수수료와 캐시백되는 금액이 같습니다. 캐시백으로 이득을 보려면 50달러보다 훨씬 더 써야한단 뜻입니다.

물론 이번 혜택 변경으로 반길 만한 점도 있습니다. 우선 기존 할인 영역들에서도 캐시백을 받을 수 있는 브랜드가 추가됐습니다. 커피전문점 영역에는 빽다방과 공차가 추가됐고, 패스트푸드 영역에도 써브웨이와 파파이스가 추가됐습니다.

응카 혜택도 대폭 '칼질'

010페이 체크카드./ 사진=010페이
토스뱅크 카드와 함께 최근 젊은 세대 '짠테크족(族)' 사이에서 나름 큰 인기를 끌었던 체크카드가 있습니다. 소위 '응카'라고도 불리는 010페이 체크카드입니다.

이 상품은 핀테크 업체 헥토파이낸셜과 우리카드가 협업해서 내놓은 상품인데, 연회비 없는 체크카드 치고 혜택이 나름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다음달 전까지 유지되는 기존 혜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기존에 '응카'는 결제액의 최대 10%를 적립해줬습니다. 적립해주는 방식이 재밌었는데요. 결제행운상자라고 해서 1.2%의 확률로 10%, 또 1.2%의 확률로 2%, 나머지 97.6%의 확률로는 0.2~1%를 적립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실상 10%를 적립받는 건 로또였지만 대부분 0.2~1%를 적립해주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다음달부터 최대 10%의 적립률은 사라집니다. 결제 리워드는 무조건 평일엔 0.2%, 주말엔 0.4% 받는 걸로 바뀌게 됩니다.

'응카데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10일 5000원 이상 결제할 경우 하루 1만원 한도로 건당 1000원씩 10%를 적립해주던 기존 혜택도 크게 바뀝니다. 응카데이에 받을 수 있는 특별 적립률은 '10% 적립'에서 '3.3% 추가 적립'으로 바뀝니다. 기본 적립률이 평일 0.2%, 주말 0.4%니 응카데이가 평일이면 총 3.5%, 주말이면 3.7%가 적립되는 방식입니다. 적립 한도도 1만원에서 3000원으로 대폭 줄었죠. 물론 '응카데이'가 월 1회(매달 10일)에서 월 3회(매달 10,20,30)일로 이틀 늘긴 했습니다.
대중교통 리워드가 사라진 점도 뼈 아픕니다. 기존에는 이 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월 1만5000원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10%씩, 최대 2000원을 적립해줬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 달에 대중교통을 2만원까지 이용하면 실적과 상관없이 2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걸 의미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대중교통 적립 혜택은 아예 사라집니다.

결제하지 않아도 매일 한번씩 최대 1만원이 당첨될 수 있는 행운상자를 지급하던 혜택도 사라집니다.

다른 카드 혜택도 줄줄이 개악될 가능성

토스뱅크 카드하고 010페이카드만 언급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사실 두 상품의 경우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 상품이기 때문에 신용카드에 비해 혜택 축소가 용이한 면도 있습니다.

문제는 신용카드입니다. 이미 올 들어 많은 카드사들은 6개월 이상 장기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원래 새해를 맞아 쏟아지기 마련인 각종 국세, 지방세 납부 무이자 할부 혜택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많은 카드사들이 '소비자 혜택을 축소하지 말라'는 금융당국의 경고에 부랴부랴 "조달금리로 인한 유동성 문제가 해소됐다"며 장기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여전히 자금조달 금리가 기존에 비해 높은 상황이란 점에서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애플과 현대카드가 애플사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지난 8일 경기도 성남시 애플페이 도입을 준비 중인 식당 키오스크에 관련 안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다른 변수도 있습니다.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가 확정된 상황에서 애플페이에 지급해야 하는 별도의 수수료 때문에 이미 계약을 맺은 현대카드를 비롯해 추후 애플페이와 계약을 맺는 카드사들이 알짜 카드를 단종시키거나 혜택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재 카드사들은 국내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0.5%의 수수료도 적다고 아우성인데 이 중 일부를 애플페이에 떼어줘야 한다면 카드사 입장에선 '혜택 축소' 카드부터 만지작거릴 수 있겠죠.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