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수술 마친 16개월 아기…한 달 만이라도 금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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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엘리베이터 입주민 금연 호소문
"16개월 아이 건강 회복 위해 도와달라"

21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여놓은 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누리꾼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사연 속 아이의 부모가 아파트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수기로 작성한 '호소문'도 공유됐다.사진에 따르면 아이의 부모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글을 적기 전 수십번 고민하다가 이렇게 도움을 요청드리고자 몇 자 적어본다"며 "늦은 나이에 결혼 후 어렵게 얻은 소중한 아이가 선천성 질병으로 큰 병원에서 10시간 넘게 어려운 수술 후 오늘에서야 집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들은 "(이에 아이가) 한동안 집에서 많은 시간을 내게 돼 일부 입주민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실내 흡연을 제발 삼가달라. 그리고 아침, 저녁 복도에서 전자담배도 삼가길 부탁드린다. 이른 새벽, 늦은 저녁에 밖이 추워서 복도에서 또는 실내에서 흡연하시는 분들, 제발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어려우신 거 잘 알지만, 한 달이라도, 이번 한 달만이라도 실내 흡연, 복도 흡연을 삼가시길 부탁드린다"며 "이제 16개월 된 아이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거듭 간청했다. 작성자는 "무단 부착해 죄송하다. 3일 후 제거하고 부착 전과같이 깨끗한 상태로 복구해두겠다"는 글도 덧붙였다.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에서의 실내 흡연 문제는 '층간 소음'만큼이나 심각하다. 또 실제로 실내 흡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른바 '층간 흡연'이 아이들의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의료원 의학연구소 연구팀이 2015년 5월부터 9월까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어린이(만1~13세)의 보호자 1만6000여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아이를 키우는 비흡연 주민 중 61.6%가 층간 흡연 피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층간 흡연과 알레르기 증상과의 관계를 집중 분석한 결과, 층간 흡연 피해를 경험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천식과 알레르기비염,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증상 유병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간접흡연 등 담배 냄새 피해 민원은 2844건으로, 2019년(2386건) 대비 19.2% 증가했다. 하지만 집 안에서 흡연하는 것을 제재할 법적 근거는 전무한 상태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간접흡연 피해를 입은 입주민은 관리사무소 등 관리주체에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관리주체는 흡연 세대에 '권고'만 가능하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