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지방 발령…정당한 인사명령 vs 부당한 징계처분

한경 CHO Insight
회사는 경영 전략의 수행, 업무 효율성 제고, 직원들의 경력 개발, 순환 근무체제 등 다양한 이유로 직원들의 직무 내용이나 또는 근무처를 변경하는 인사 발령을 하게 마련이다. 통상적으로 12~2월은 인사이동 시즌이라고 부르며 비교적 대규모의 인사 발령이 이루어지지만, 특별히 시기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일어나는 인사 이동이 더 많다. 이에 관해 실무적으로는 전보ㆍ전근ㆍ전직ㆍ배치 전환 등 다양한 용어들이 쓰이고, 법적으로도 근로 내용의 변경인 전직과 근로 장소의 변경인 전근으로 구별하기도 하나, 양자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어서 모두를 포괄하여 전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전직 명령은 원칙적으로 회사의 권한

그렇다면, 회사의 인사 명령 즉, 전직 명령의 유효성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회사의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상황에서 필요한 업무 집행의 일환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나, 근로자 입장에서는, 업무가 상당히 변화하여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거나, 타 지역으로 전근을 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등 일정한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의 완전한 자유 권한이라 하기도 어렵지 않을까?이에 대한 대법원의 기본적인 태도(2000. 4. 11. 99두2963 등)는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회사)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고, 이것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유효라고 보고 있다. 즉, 업무의 내용이나 업무의 장소를 특별히 제한하는 약정을 한 것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는 인사발령에 있어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다만, 상기 판례에서 기술하고 있는 바와 같이, 회사의 권한이라고 하여 무제한적으로 재량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인사발령 자체가 위법하게 되는데, 구체적으로는 아래에서 살펴본다.

◆전직 명령의 유효성 부인되기도

구체적으로 전직 명령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업무상 필요성과 이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고 추가적으로 근로자와의 협의 등 신의성실의 원칙 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입장이다.

우선 첫번째 요소인, '업무상 필요성'에 대해 살펴 보면, 이는 해당 인사 발령이 기업의 합리적인 운영 또는 전략의 실현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일반적인 경영상의 이유 외에도, 왜 해당 근로자(들)을 선택하여 인사 발령을 하는 것인지, 즉 '인원 선택의 합리성'도 포함하는 개념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전직 명령을 할 일반적인 경영적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근로자(들)에 대하여 이러한 전직 발령을 할 이유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전직의 유효성이 부인될 수 있다. 특히 인사이동 시즌에 일률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순환 보직 관행이 있는 등 일정한 관행이 이미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분쟁 발생 가능성이 낮겠으나, 특정 직원들에 대하여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 새로운 인사 발령을 하는 경우에는 왜 그러한 선택을 한 것인지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그렇다면 '생활상 불이익'은 무엇일까? 업무의 장소나 업무의 내용이 바뀌면 직원으로서는 일정한 불이익을 감수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전근의 경우 지방 발령으로 인해 새로운 근거지에 주거를 옮기고 정착해야 하는 데서 오는 불편,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불편, 통근 시간이 대폭 증가하는 것에 대한 불편에서부터, 새로운 고객을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 등 다양한 스트레스와 불이익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판례의 태도는 이러한 생활상 불이익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하여 전직 명령이 부당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전직 명령을 할 업무상 필요성이 그다지 크지 않은 데 비하여 근로자들이 출퇴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곤란한 등 근로자들에게 큰 생활상 불이익을 주어서, 근로자가 겪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완전히 벗어난 정도에 이른다면 인사 명령이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대판 1995. 10. 13. 94다52928 등).

마지막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상 요구되는 절차는 이러한 인사 발령을 함에 있어 해당 근로자(들)과 협의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직명령이 부당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판례이나, 특히 관행이 확립되어 있지 않거나 관행을 벗어난 전직 발령의 경우에는 근로자와의 성실한 협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인사명령 전직과 징계처분 전직 구분해야

한 가지 실무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징계 즉 징벌적 성격의 인사 조치 중 하나로 이루어질 수 있는 전직과의 구분이다. 때로는 회사들의 취업 규칙에서 전직 조치를 근로자에 대한 징계처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 근로기준법 제 23조 제 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러한 경우 징계처분로서의 전직 명령은 징계처분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모두 갖추고, 취업규칙이 규정하고 있는 징계 절차가 있다면 이 또한 모두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개념적으로 인사 명령으로서의 전직과 징계 처분으로서의 전직은 명확하게 구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무적으로는 혼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회사는 해당 전직 처분이 어떠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명확히 하고 이에 따라 사전에 법적인 요건들을 갖추어 분쟁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준비하는 것이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김은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