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쓰려면 업무대체자 구해놓기" 이런 암묵적 룰도 직장내 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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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사례>
행복한일 노무법인의 '직장내 괴롭힘 AtoZ'
A병원 간호사 사이에는 암묵적인 룰(rule)이 있습니다. 바로 ‘교대근무 스케줄표가 나온 후 연차휴가를 신청하고 싶은 경우 업무 대체자를 스스로 구해놓기’입니다.
입사한 지 갓 1년 된 간호사B는 단 한번도 본인이 신청한 날에 연차휴가를 가지 못했습니다. 신규 간호사로서 교대근무 스케줄표를 짜는 과정에서 연차휴가를 내기도 눈치가 보이고, 스케줄표가 나온 후에는 선배들에게 업무 대체를 부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몸이 안 좋아 간호부장 C에게 연차휴가를 신청하면 C는 B가 업무 대체자를 스스로 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승인해주지 않았습니다. 또한, C는 이에 그치지 않고 유독 B에게만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다른 날을 연차휴가로 지정했으며, 이에 따르지 않을시 시말서를 제출하도록 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B는 ‘정작 휴식이 필요할 때 연차휴가를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고통스럽다’라며 C를 피신고인으로 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제기했습니다.
<판단>
사례에서 C는 B보다 지위의 우위가 있는 자이며, 관행에 따른 C의 조치에 대해 B는 거절이나 저항을 할 수 없어서 결국 자신이 원하는 때에 휴가를 가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사정이 B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고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거나 연차휴가 사용촉진 및 유급휴가 대체를 활용한 것이 아님에도 C가 시기를 지정해 B에게 휴가 사용을 강제한 점(근로기준법 제60조, 제61조, 제62조, 근로개선정책과-4027 2014.7.18. 참조), 업무 대체자를 정하여 승인을 받은 후에만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근로기준과-4228 2005.8.12. 참조), 유독 B에게만 합의 없이 연차휴가를 일방적으로 지정하고 시말서 제출에 대해 언급한 점(1988.1.27. 근기01254-1301 참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C의 행위는 B의 입장에서 ‘강요’로 해석될 수 있으며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한 것으로 판단됩니다.즉, 신고된 C의 행위는 B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될 것입니다.
<제언>
신고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함에 따라 A병원은 당사자 분리조치, 행위자 교육 등 사례에 적합한 기본적인 조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단순히 사례에 대한 기본적인 조치를 한다고 하여 신규 간호사인 B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않는다면 조직 내에서 비슷한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에, A병원은 왜 이런 행위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그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할 것입니다.사건의 발단은 ‘교대근무 스케줄표가 나온 후 연차휴가를 신청하고 싶은 경우 업무 대체자를 스스로 구해놓기’라는 조직 내 암묵적인 룰(rule)입니다. 이러한 룰(rule)이 생긴 원인은 무엇일까요? 사례의 A병원은 월별 교대근무 스케줄표를 짜는 과정에서 다음달에 활용할 연차휴가를 미리 신청하는 제도를 활용 중입니다. 다만, 스케줄표가 나온 후에도 여전히 근로자에게 연차휴가를 활용할 권리를 자유롭게 보장해주어야 함에도, A병원은 직접 대체자를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개인’이 지는 문화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사례에서 A병원은 ‘교대근무 스케줄표가 나온 후 연차휴가를 신청하고 싶은 경우 업무 대체자를 스스로 구해놓기’라는 암묵적인 룰(rule)이 활용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체 가능한 인력풀(pool)을 상시 관리하는 방침을 세우고, 일시적으로 대체자가 없는 경우에는 병상 수가 일부 근로자에게 몰리지 않고 합리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관리하되, 대체자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경우 적정인력산출을 위한 실태조사 등을 통해 부서별 부족한 인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이를 바탕으로 계획적인 인력 확보를 고려하는 등 업무 대체자를 구하기 위한 효과적인 프로세스를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더하여 사례와 같이 사건화되기 전 미리 근로자의 고충을 파악해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면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바람직할 것이며, 이러한 고충삼담, 사건처리 및 후속조치 과정은 기업 내 다양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신중하고 계획적으로 접근해야 하므로,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다예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