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평가 성적 유출에 학교별 '점수표'도 확산…고교서열화 우려

"향후 수년간 입시업계 등서 주목할만…수험생 심리적 압박 가중 우려"

지난해 11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에 응시한 학생들의 이름과 성적, 소속 학교 등이 담긴 파일이 유출된 이후 이를 재가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들이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학교별 전국 등수를 매긴 자료 등이 확산하고 있어 학교 간 서열화 등 추가 피해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도 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 자료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하고 지난 19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평가시험은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했다. 당일 새벽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경기도교육청 서버를 해킹해 해당 자료를 확인했다고 주장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는데, 실제 암호화 메신저 앱인 텔레그램에 '2학년 개인성적표 전체'라는 파일이 유포됐다.

해당 파일에는 경남교육청과 충남교육청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교육청 관내에서 이 시험에 응시한 고2 학생들의 시험 성적과 소속 학교, 이름, 성별 등이 담겨있다.

이 시험에 응시한 학생은 전국적으로 30여만명이다. 경찰이 해당 사건 수사에 착수한 이후로도 유출된 파일을 재가공해 학교별 성적 순위를 매긴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 등이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카페에서는 한 네티즌이 유출된 자료를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밝히며 서울 소재 고교들의 성적 순위가 40등까지 매겨져 있는 표를 올리기도 했다.

이 게시글에는 2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모 학교는 수시 전형 위주로 대학을 보내는데도 시험 성적이 압도적이다", "(상위권에) 우리 학교가 있어서 뿌듯하다" 등 상위권 학교를 언급하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꼴등 학교는 어딘지 궁금하다", "이 자료는 서울 학교들의 등수만 매긴 것이고 전국 순위가 나와 있는 자료를 보면 서울 외 지역 자사고도 많다" 등 다른 관련 자료들도 있는 것으로 의심할만한 댓글도 있었다.

이 밖에 특정 고등학교 학생들의 성적 순위나 특정 지역의 상위권 학생 성적을 매긴 자료 등도 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고등학생 A(18) 군은 "얼마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유출된 자료를 재가공해 학교별 순위를 매긴 게시물을 접했다"며 "학교 간 성적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게시글을 보니 입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압박감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육계와 입시교육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자료들이 각 지역의 학교별 성적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 만큼 고교 서열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번에 유출된 자료는 우수 학생이 어느 지역, 어떤 학교에 몰려있는지를 상세하게 분석할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며 "사교육업계와 학생, 학부모는 물론 신입생을 뽑는 대학 측에서도 향후 몇 년간 큰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비평준화 지역 고등학교를 비롯한 전국 상당수 학교를 '줄 세우기'한 자료가 확산할 경우 재학생들 사이에서 특정 고등학교 진학을 기피하게 돼 지역 간, 학교 간 격차가 벌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대학 수시 전형을 앞둔 학생들은 재학 중인 학교 평판이 입시 당락에 미치는 영향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 유출된 자료에서 재학 중인 학교 성적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경우 심리적 압박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