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통신 넘어 脫국경에 도전한다"…클라우드·DX 기술 수출 나선 KT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과 맞손
사용자 7.7억 매머드급 파트너

아시아 곳곳에 데이터센터 짓고
디지털전환 솔루션도 공급
구현모, MWC서 세부전략 공개
사진=연합뉴스
KT가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와 손잡고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한다. 자체 기술과 솔루션을 수출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국경을 넘지 못해 내수 기업에 머물렀던 국내 통신사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KT의 목표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싱가포르 기업 싱텔과 협력위원회를 구성했다. 구현모 KT 대표와 위엔콴문 싱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이 참여한다. 싱텔은 싱가포르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21개국에서 7억7000만 명에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머드급 통신사다.
KT 고위 관계자는 “그간 통신사가 많이 시도한 해외 라이선스 사업으론 외형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가속화하는 디지털전환(DX) 움직임에 발맞춰 자회사가 아닌 KT ‘본체’의 글로벌화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KT는 싱텔과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DX 사업 등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협력위는 아시아 각국에서 초거대(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연합 사업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그간 KT는 다른 사업자들의 데이터센터를 설계하고 구축해 운영하는 ‘DBO 사업’, 다른 사업자의 데이터센터에 KT의 운영체계와 솔루션 등을 적용하는 ‘브랜드 데이터센터 사업’ 등을 벌여왔다. 해외에서 KT가 데이터센터 설계와 운영체계 등을 담당하고, 물리적 인프라는 현지 사업자가 조성하는 방식의 협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싱텔은 인도네시아 바탐, 태국 방콕 등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데이터 처리 솔루션 등을 판매하는 DX사업에 거는 기대도 크다. KT는 최근 싱텔을 통해 필리핀 통신사 글로브와 소상공인용 AI컨택트센터(AICC) 솔루션 협업에 들어갔다. 글로브는 싱텔이 지분 약 21%를 보유한 기업이다.

KT와 싱텔이 합작 투자 등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협력위를 통하면 단순히 특정 사업 업무협약(MOU)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두 기업이 이런 협력에 나서는 건 이동통신 시장을 넘어선 새 수익원을 찾기 위해서다. 각국 기업과 협업해 서비스와 플랫폼을 서로 교환하면 사업 현지화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싱텔과 꾸린 협력위는 구 대표가 올 들어 추진하고 있는 ‘3차원 디지코 전략’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성 통신사업에 디지털플랫폼 사업을 더해 사업 규모를 키우는 게 ‘2차원 확장’, 아예 다른 나라 기업, 다른 산업 기업과 사업을 연결해 성장시키는 것이 ‘3차원 확장’이라는 설명이다. 구 대표는 오는 27일 싱텔과 함께하는 MWC 기조연설에서 양사 간 협력안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