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양양, 서퍼 덕에 인구 1.3만 는다고?

강진규 경제부 기자
강원 양양군은 서퍼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추운 겨울인 요즘도 삼삼오오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주말마다 양양을 찾는 ‘서핑에 진심인 사람’도 많다. 매주 5일간은 서울에, 이틀간은 양양에 머무는 서퍼는 서울시민일까, 양양군민일까.

양양 인구, 2만7800명 vs 4만 명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양양 인구는 지난달 기준 2만7811명이다. 251개 지방자치단체 중 뒤에서 18위에 그친다. 주민등록 인구를 놓고 보면 양양은 지역 소멸을 걱정해야 할 침체 지역으로 보기 쉽다.

하지만 서퍼 등 정기적으로 양양에 일정 기간 거주하는 다수의 타지역 인구를 더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토연구원이 내놓은 ‘인구감소시대, 체류인구를 활용한 지역유형별 대응전략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양양은 이 같은 체류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지자체다.

체류인구는 정주인구와 방문인구의 중간 개념이다. 국토연구원은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고, 1박 이상 해당 지역에 머무르며, 소비 생산 교육 등을 영위하는 인구’를 체류인구라고 본다. 국토연구원은 KT의 이동통신 데이터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결합해 이 기준에 부합하는 체류인구를 분석했다. 양양에는 주민등록 인구의 47.6%에 해당하는 규모의 체류인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원은 1만3200명으로 추산된다.이를 주민등록 인구와 합하면 양양 인구는 4만 명을 넘는다. 인근 태백시(3만9286명) 인구보다 많아진다. 양양의 체류인구는 다수가 서핑 관련 인구인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 서울~양양 고속도로와 강릉선 KTX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현남면 일대에 서퍼가 늘고 대여점 등 관련 상권이 형성됐다. 이들이 대부분 청년층인 것을 감안하면 양양은 인구 2만 명대의 소멸 위기 지역이 아니라 청년 비중이 높은 젊은 도시로 보는 것이 맞을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양양에서만 벌어지는 특수한 상황은 아니다. 정부 부처가 대거 이전한 ‘공무원 도시’ 세종에도 이 같은 거주 형태가 흔하다. 서울에서 주말을 보내고 주중엔 세종에서 일하는 식이다. 이들은 주민등록상 서울시민이지만 사실상 세종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생산과 소비활동을 한다.국토연구원은 양양 외에도 제주 서귀포시, 강원 강릉시, 충북 단양군, 충남 공주시 등을 체류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꼽았다. 서귀포는 6만9062명의 체류인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인구의 38.0%다. 휴가지에서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워케이션’ 바람이 불면서 체류인구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민등록 인구가 3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단양의 체류인구는 7056명으로 집계됐다. 2006년 이곳에 설립된 농촌유학센터에 자녀를 보낸 부모 등이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물며 체류인구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체류인구는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몰린 지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 인구로 등록되지 않더라도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이와 비슷한 개념의 ‘관계인구’가 있다. 일본 홋카이도 북쪽에 있는 오토이넷푸는 인구가 680명에 불과하지만 촌립 오토이넷푸미술공예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100여 명의 학생들로 활기가 넘친다. ‘일본에서 사진이 가장 예쁘게 나오는 마을’로 유명한 또 다른 시골마을 히가시카와는 최근 공유 오피스를 지었다. 도시에서 워케이션을 위해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인구정책 새판 짜야

한국 정부도 올해부터 체류·관계인구에 해당하는 생활인구 개념을 제도화할 계획이다. 빈집, 유휴시설 등을 활용해 ‘한 달 살기’ 등 생활인구를 유치하는 방안도 내놓기로 했다. 이 같은 계획이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등 내실 있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휴양·피서 등 용도의 주택에 고율의 취득세를 매기는 ‘별장 중과세’ 등 규제 완화도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