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석 루닛 대표 "AI로 질병 진단 넘어 항암제 개발 도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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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 루닛 대표 인터뷰
단백질 발현율 판독 솔루션
美 가던트헬스와 함께 개발
기존보다 암 검출률 20% 높아
폐암 등 진단사업 해외확장 가속

서범석 루닛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AI의 영상분석 능력이 항암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는 가설을 하나씩 입증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신약 개발사들은 물론 AI 진단업계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던 주장”이라고 했다.
바이오마커 판독해 항암 치료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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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에는 루닛 스코프를 연구개발(R&D)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루닛 스코프를 활용해 PD-L1 발현율을 확인하거나 AI 기반 바이오마커(생체 표지자)를 찾아 맞춤형 항암제를 개발한다. 복잡한 화합물의 구조를 예측하고, 최적의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기존 의료 AI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서 대표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 한 곳이 항암제 개발에 루닛 스코프를 테스트해보고 있다”며 “이르면 상반기 내에 솔루션 공급 정식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판독 대상도 늘려간다. 현재는 PD-L1 발현율만 확인하지만, 유방암 환자를 세분화할 수 있는 사람상피세포 성장인자수용체2(HER2), 에스트로겐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수용체(PR) 발현도 분석할 계획이다. 이들은 유방암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대표적 바이오마커다. 서 대표는 “루닛이 자체 발굴하는 디지털 바이오마커도 있다”고 했다.
유방암·폐암 진단 해외 사업 속도
유방암과 폐암을 진단하는 ‘루닛 인사이트’의 해외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낸다. 루닛은 후지필름, 필립스, 제너럴일렉트릭(GE)헬스케어 등 글로벌 영상 장비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이들 장비에 루닛 인사이트 솔루션을 적용해 매출을 낸다. 지난해 총 139억원의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이 79.3%에 달했다. 서 대표는 “후지필름을 앞세워 일본 시장에서 크게 성장했다”며 “올해는 미국 호주 등에서도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루닛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약 280억원으로 잡고 있다.파트너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주요국 정부가 추진하는 검진 사업에도 적극 뛰어들 계획이다. 지난해 말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州) 정부가 유방암 검진 사업에 루닛 인사이트를 낙점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 대표는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보건소, 군 병원 등 공공 분야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