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만의 전유물이 된 '서포터 칼리스타'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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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지난 2월 19일 2023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시즌 5위권 내에 속하는 상위권 팀들 간의 매치가 진행돼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첫 번째 매치에서 T1이 젠지 e스포츠를 잡아내고 9승 고지에 오르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진 경기에선 리브 샌드박스가 디플러스 기아(DK)를 2 대 0으로 완벽히 잡아냈다.이날 두 개의 매치에서 모두 서포터 칼리스타가 기용됐다. 하지만 결과는 선명히 갈렸다. T1은 웃었고 DK는 울었다. 오는 23일 2라운드에서 다시 맞붙는 T1과 리브 샌박의 경기에서도 서포터 칼리스타가 등장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T1과 젠지의 2세트 경기에서 T1은 제이스, 엘리스, 카사딘, 바루스, 칼리스타라는 탱커 챔피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극단적인 조합을 구성했다. 바텀에서 강한 압박을 넣고 이 힘을 바탕으로 상체를 키우겠다는 명확한 방향성을 지닌 밴픽이었다. 해설자들마저 “고난도 조합”이라며 우려를 표했지만 T1은 바텀 라인 포탑 다이브를 연속해서 성공시키며 승리 플랜을 완벽히 수행해냈다. 결국 젠지가 몇 차례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글로벌 골드 격차를 계속 벌리며 T1이 리드를 유지한 채 완승을 거뒀다.
DK와 리브 샌박의 2세트 경기에서도 서포터 칼리스타가 등장했다. 1세트를 내준 DK는 나르, 엘리스, 아지르, 바루스, 칼리스타라는 조합을 구성했다. 탑과 미드 챔피언을 제외하고 T1과 같은 라인업을 완성 지었다. 하지만 리브 샌박의 철저한 정글러 마킹으로 바텀 다이브에 실패하며 오히려 킬을 내줬다. 이후 DK가 강한 라인전 압박으로 글로벌 골드 리드를 만들어내며 우위를 이어갔지만 리브 샌박의 깜짝 내셔 남작(바론) 트라이에 당하며 결국 패했다.현재까지 LCK에서 서포터 칼리스타를 기용해 승리한 선수는 T1의 케리아(류민석) 뿐이다. 총 4차례 등장한 칼리스타는 2승 2패를 기록 중이다. 케리아가 2승을 거뒀고 리브 샌박의 카엘(김진홍)과 DK의 켈린(김형규)이 각각 1번씩 사용했으나 모두 패했다.
T1이 유독 칼리스타 서포터를 잘 활용하는 이유로는 높은 바텀 다이브 성공률이 꼽힌다. 서포터 칼리스타는 상대를 라인전에서 계속 포탑 안으로 밀어 넣고 골드 격차를 벌리는 것이 핵심인 전략적인 픽이다. 이를 수행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포탑 다이브’다.
하지만 상대도 칼리스타 서포터가 등장한 이상 바텀 다이브를 할 것임을 인지하고 대처하기 때문에 실전에서 이를 성공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로 DK와 리브 샌박 전에서 리브 샌박의 바텀 라인 선수들은 경험치를 포기하면서까지 상대 정글러의 진입을 방해했다. 이에 급해진 DK가 무리한 다이브를 시도했고 결국 실패했다.그럼에도 T1은 칼리스타를 선택할 때마다 포탑 다이브 혹은 이에 준하는 상황을 만들어 상대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성공적인 다이브 비법에 대해 배성웅(벵기) T1 감독은 “바텀이 다이브를 하는 환경을 잘 만들고, 미드·정글에서 턴을 잘 만들어줘서 설계가 잘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19일 젠지와의 2세트 첫 번째 바텀 다이브가 이 같은 T1의 다이브 설계를 잘 보여준다. 경기 시간 4분 14초경 정글러 오너(문현준)가 미드 라인에 들러 상대를 압박한다. 이를 통해 페이커(이상혁)가 라인을 먼저 밀 수 있는 주도권이 생긴다. 상대 선수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다음 다이브를 시도해 수적 우위를 가져온다. 두 번째 다이브에서도 먼저 라인을 민 페이커가 바텀 지역으로 합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미니언을 먼저 정리하며 6레벨을 찍고 궁극기 스킬을 활용하는 T1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이민형)의 디테일이 돋보였다.LCK 팀 중 유일하게 승리를 기록하면서 서포터 칼리스타는 케리아의 시그니처 픽이자 T1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 1라운드의 복수를 다짐한 리브 샌박이 이를 막을 파훼책을 들고나올지 아니면 또 하나의 희생양이 될지도 이번 매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