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여전한데…텐센트, 메타 VR 헤드셋 독점 판매권 요청

메타 퀘스트2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중국 최대 게임 업체인 텐센트가 메타의 가상현실(VR) 헤드셋의 중국 내 독점 판매권을 요청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VR 게임을 놓고 텐센트와 메타가 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텐센트가 퀘스트2를 중국에서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메타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퀘스트2로 이용하고 있는 게임의 중국어 버전을 제작하는 것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퀘스트2는 현재 전세계에서 많이 팔린 VR 헤드셋이지만 중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징둥닷컴이나 타오바오 등 중국 전자상거래업체를 통해 병행수입한 제품을 구매한 뒤 중국 인터넷 방화벽을 우회하는 복잡한 방법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두 회사가 퀘스트2의 중국 내 판매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중국 사용자의 데이터의 처리 방법이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양국 정부가 두 회사의 거래를 면밀히 감시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게임 규제도 중요한 장애물로 꼽힌다.

거래가 성사된다면 메타는 2009년 중국 내 페이스북 차단 이후 중국 소비자에 공식적으로 접근하는 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메타는 현재 상하이에 사무실을 열고 VR 사업을 위한 엔지니어를 적극적으로 고용하고 있다.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국 광고주 유치에도 집중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텐센트와 틱톡의 모회사 바이댄스가 VR 시장에서 격돌하게 된다. 바이댄스는 2021년 텐센트와 경쟁 끝에 중국 VR 헤드셋 스타트업 피코를 인수했다. 웰센XR에 따르면 VR 헤드셋 분야에서 지난해 메타의 시장 점유율은 85%에서 80%로 하락한 반면, 피코는 2%에서 10%로 성장했다. 메타와 피코를 앞세운 텐센트와 바이댄스의 대리전이 중국에서 펼쳐질 것으로 예고된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