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병 환자에 GLP-1, SGLT2 투여하면?

1형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으로 혈당 관리가 잘되지 않아 2형 당뇨병 치료제인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수용체 작용제(GLP-1 RA)나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 sodium-glucose cotransporter-2) 억제제를 병행 처방할 때는 득과 실을 잘 따져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뇨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형 당뇨병은 인슐린 생산이 부족하거나 세포가 인슐린을 활용하는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지만 1형 당뇨병은 이와는 달리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 세포를 공격, 인슐린이 아주 적게 혹은 거의 생산되지 않아 발생하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SGLT-2 억제제와 GLP-1 RA는 2형 당뇨병 1차 치료제인 메트포르민(metformin)의 효과가 약해졌을 때 추가로 처방하는 2단계 치료제로 심장병과 신장병 위험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GLP-1 RA는 비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텍사스 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내과 전문의 일디코 링그베이 박사 연구팀은 1형 당뇨병 환자에게 GLP-1 RA 또는 SGLT-2 수용체 억제제를 투여하면 장기적 혈당 수치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A1c)가 상당히 개선되지만 당뇨합병증의 하나인 당뇨병성 케톤산증(DKA: diabetic ketoacidosis)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21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인슐린과 함께 GLP-1 RA를 처방받은 1형 당뇨병 환자 104명, SGLT2 수용체 억제제를 처방받은 28명, 이 두 약을 모두 또는 순차적으로 처방받은 11명을 1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1년 후 GLP-1 RA 그룹은 당화혈색소 수치가 크게 호전되는 한편 하루 인슐린 총투여량이 감소하고 체중도 줄었다.

SGLT2 그룹도 당화혈색소 수치가 크게 낮아지고 장시간 작용 인슐린인 기저 인슐린(basal insulin) 투여량도 상당히 줄었다. 당화혈색소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혈색소(헤모글로빈) 분자가 혈액 속의 포도당과 결합한 것이다.

적혈구는 일정 기간(약 120일)이 지나면 새로운 적혈구로 대체되기 때문에 당화혈색소는 대체로 2~3개월 동안의 장기적인 혈당치를 나타낸다.

A1c가 6.5%를 넘으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그러나 이 두 그룹 모두 당뇨병성 케톤산증 발병률이 높아졌다.

특히 SGLT2 그룹은 GLP-1 RA 그룹보다 당뇨병성 케톤산증 위험이 3배나 높았다.

또 두 그룹 모두 위장장애 등 부작용 발생으로 25% 이상이 투약을 중단했다.

이는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과 함께 이 두 약 중 하나를 병행 투여하면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일부 위험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따라서 처방 후 면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권고했다.

특히 SGLT-2 수용체 억제제를 처방할 때는 당뇨병성 케톤산증 위험이 가장 낮은 환자를 선별해 투여하고 당뇨병성 케톤산증에 관한 자세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 중 하나로 인슐린이 부족한 상태에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발생한다.

인슐린 부족으로 섭취한 포도당이 세포에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면 지방세포가 분해되면서 케톤이라는 화합물을 생성해 세포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과도한 갈증, 배뇨, 체중 감소, 메스꺼움, 구토, 피로, 복부 통증이 주요 증상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내분비학회 학술지 '임상 내분비학·대사 저널'(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and Metabolism)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