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영웅 비망록·DMZ 희귀식물…구글 온라인 전시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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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아트 앤 컬처 '한국의 비무장지대' 전세계 공개
펜 대신 총 들고 싸운 학도의용군…피란민 생활상까지
'생사고락을 같이하던 전우…정든 전우들을 생사 고지에서 헌신짝 버리듯 던져버리고 안락의 보금자리인 후방에 도착하고 보니 영원히 떠나간 전우들이 눈앞에 그리워진다…(후략)'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20대 청년 고(故) 이학수 상병은 진해에 위치한 해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이같은 내용의 병상 비망록을 작성했다. 머릿속에 박힌 총탄을 끝내 빼내지 못한 채 2005년 숨을 거둔 그는 평생 파편으로 인한 통증에 시달렸다. 고 이학수 상병이 남긴 비망록에는 67 고지 전투에 참가했다가 전사한 전우들의 유해를 수습하지 못하고 떠난 미안함과 전우들에 대한 그리움 등이 서술돼 있다.
펜 대신 총 들고 싸운 학도의용군…피란민 생활상까지
구글은 국가보훈처와 함께 올해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온라인 전시 플랫폼인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s & Culture)에서 '한국의 비무장지대'를 전세계에 공개한다고 22일 밝혔다. 온라인 전시 '한국의 비무장지대'에서는 6·25 전쟁 주요 사건, 정전 협정 과정과 교훈, 그리고 물리적 방문이 어려운 비무장지대(DMZ)의 자연과 예술을 한눈에 볼 수 있다.구글 아트 앤 컬처는 세계 80개 이상 국가에서 3000여개 이상의 기관이 보유한 문화유산, 예술작품, 기록, 유적지 등을 전시하는 비영리 플랫폼이다. 2011년 첫 선을 보인 이후 2018년 국립고궁박물관 등과 ‘코리안 헤리티지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으며 시인 김소월과 윤동주, 화가 이응노,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도 및 제주 해녀 공동체 등을 조명하는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이날 오전 구글과 국가보훈처는 용산 전쟁기념관 내 6·25전쟁 아카이브센터에서 참전용사 및 가족, 유엔 주요 참전국 대사 등 관계자 200여명과 함께 '어메이징 70, 구글 아트 앤 컬처 DMZ 글로벌 론칭·헌정 행사'를 진행했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환영사에서 "제 할아버지도 참전하셨고 실향민"이라며 "병사 비망록 등을 살펴보며 울컥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DMZ' 온라인 전시에서는 국가기록물을 통해 6·25전쟁의 순간과 한국공군, 유격 대원, 학도의용군의 이야기 및 부산 피란민들의 생활 등이 공개됐다. 특히 고 이학수 상병의 비망록은 일반 병사의 시선으로 전쟁의 상흔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울림을 준다. 이 외에도 야전 병원을 운영하던 노르웨이의 이동 외과병원 '노르매쉬' 관련 사진 기록물도 볼 수 있다. 한국에 파견된 최초의 해외 의료지원단인 스웨덴 의료지원단의 활약을 통해 헌신적인 의료구호 활동과 당시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DMZ 서식 희귀식물·멸종위기 동물도 볼 수 있어
DMZ 부문에서는 자연 보호, 안전 및 보안 등의 이유로 방문이 어려운 접경지역의 경관과 휘귀식물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살펴볼 수 있다. 구글은 국립생태원, 국립수목원 DMZ 자생식물원, 낙동강생물자원관, 카이스트 인류세 연구센터, 리얼 DMZ 프로젝트 등 9개의 파트너 기관과 약 3년간 협력해 테마 전시를 준비했다.DMZ 지역을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글은 수십억 개의 파노라마 이미지를 결합해 가상으로 표현하는 '스트리트 뷰'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고층 습원이자 대한민국 람사르 습지 1호인 용늪, 6·25전쟁 격전지이자 독특한 해안분지 지형으로 알려져 있는 펀치볼, 세계적인 두루미 도래지인 한탄강 등 아름다운 DMZ의 자연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펀치볼, 한탄강 등의 스트리트 뷰를 체험하는 동안 해당 지역에서 직접 수집한 바람과 강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어 특별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밖에도 세계적인 멸종위기 동물이자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인 산양, 수달, 참수리, 재두루미와 한국에서만 서식하는 버들가지도 만나볼 수 있다.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이번 '한국의 비무장지대’ 온라인 공개를 통해 전 세계인들이 6·25전쟁의 역사는 물론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식물들의 보고인 DMZ의 경이로운 자연환경을 접하면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정전 70주년의 의미와 참전 영웅들의 숭고한 인류애를 되새기는 역사·문화·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경훈 사장은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전세계와 함께 기념할 수 있어 뜻깊다”라며 “구글 사명이 전 세계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 구글 아트 앤 컬처의 사명은 누구나 제약 없이 세계의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통해 한국 문화와 유산들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