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기술로 맛 살렸다"…지평막걸리, 연내 美·유럽 등 10개국 간다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한국술'하면 '지평'될 것"
김정훈 지평주조 해외영업본부장이 서울 문정동 지평주조 사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 최혁 기자
저도주 막걸리 열풍을 이끈 지평주조의 ‘지평 막걸리’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 연내 미국, 유럽을 포함한 10개국에 진출한다는 것이 지평주조의 계획이다. 막걸리를 시작으로 약주·리큐 등 다양한 종류의 전통주를 선보이며 ‘막걸리 회사’가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 브랜드’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다.

21일 지평주조에 따르면 올해 안에 미국과 유럽, 그리고 동남아 국가 등을 포함해 총 10개국에 지평 막걸리를 수출할 계획이다. 3년 내 해외 매출 500만 달러를 목표치로 잡았다. 이들 국가들에는 내달 완공되는 천안공장에서 4~5월께부터 생산되는 수출전용 제품이 판매된다. 보통 막걸리는 효모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한달 정도에 불과하지만 수출전용 막걸리는 멸균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1년으로 늘어난다. 미주·유럽 등 멀리 떨어진 곳까지 운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맛은 살리고 유통기한은 늘리고

지평주조의 '지평 생 쌀막걸리'. 사진 지평주조
멸균처리로 유통기한을 늘린 막걸리는 ‘맛’이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하지만 지평주조는 기술력으로 이를 극복해냈다고 설명한다. 김정훈 지평주조 해외영업본부장은 “수출용 공정을 거쳤을 때 생막걸리의 맛을 얼마나 지켜내느냐가 결국 기술력의 차이”라며 “생막걸리 맛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는 경쟁사와 비교해봐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쌀로 빚은 막걸리의 맛과 향이 위스키·와인 등과는 이질적이다. 그런만큼 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지평 막걸리는 ‘저도주’라는 차별점을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와인과 달리 막걸리는 5도 안팎이기 때문에 ‘마시기 쉬운 술’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식품박람회에서 지평 막걸리에 쏟아진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막걸리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한다고 김 본부장은 말했다. 그는 “파리 박람회에서 2000여 명이 지평 막걸리를 시음했는데 대부분 좋은 반응이었다”며 “‘맛’에 대한 허들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해외 시장 안착을 위해 지평 막걸리의 맛을 현지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선호하는 맛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같은 ‘지평 막걸리’라는 이름을 달고 나가더라도 대륙별로, 나라별로 현지에 맞게 맛이 달라져야 의미있는 수량의 판매가 이뤄질 것”이라 설명했다.

○막걸리는 시작에 불과

지평주조의 '지평 블루 브루어리' 로고 및 외관 전경. 사진 지평주조
지평주조의 지향점은 ‘막걸리 회사’가 아닌 ‘한국 전통주 회사’다. 막걸리로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트지만, 점차 약주·증류주·리큐어 등 다양한 주종의 전통주를 해외 소비자에 선보이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초 지평주조는 강원 춘천에 ‘지평 블루 브루어리’를 완공하고 프리미엄 탁주 ‘푼주’를 비롯해 약주, 증류주, 리큐어 등 다양한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김 본부장은 “지평 막걸리의 해외 진출은 ‘막걸리’가 아닌 ‘지평’에 방점이 찍혀있다”며 “중국술이라고 하면 수정방·마오타이가 바로 연상되듯 ‘한국술’이라고 할 때 ‘지평’이 바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평주조는 전통주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K컬쳐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한국의 유구한 역사를 기반을 한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면 해외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중소기업 규모인 전통주 업체들이 더 활발히 해외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다양화돼야 한다고 김 본부장은 덧붙였다. 그는 “현재 전통주 해외진출 관련 정책은 물류비 지원 수준이다. 결국 수출을 많이 하는 일부 업체들만 지원을 받는 구조”라며 “원재료나 포장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