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이냐 官이냐 '흑백논리' 그만…영국 '디지털 전략' 배워라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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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정책 방향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을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다양한 갈등 상황의 해결법을 정부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어떠한 얘기가 나올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벤처창업학회장을 맡고 있는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가 한경 긱스(Geeks)에 기고를 보내왔습니다. 전 교수는 앞서 <스타트업과 '협회들'의 전쟁…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라는 글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지난 기고에서 신산업 성장과 함께 사회적 갈등이 큰 상황에서 제시되는 사회적 합의와 사회적 자본 시나리오에 대해 소개했다. 사회적 갈등이 깊고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에 정부는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사회적 합의' 방안을 직접 설계하고 제시하는 것이 좋다. 사회적 갈등이 높고 불확실성이 낮은 경우에는 명확한 결과에 대해 양보하는 측이 나와야 하므로 정부는 양보하는 측에 인센티브(사회적 자본)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다. 이번에는 사회적 갈등이 크지 않은 경우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논의해 보도록 한다.
첫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시장 실패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창업가들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창업가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때 정부는 창업가들을 발굴하고, 활동을 지원하고, 시장이 승자 선택을 잘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만일 불확실성이 적은 영역이라면 시장에서 자원을 분배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신산업 및 기술 연구개발(R&D) 영역은 불확실성이 크므로 기술 개발 지원 사업은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에는 큰 기회가 있을 수 있다. 파괴적 혁신 기회가 많다는 것이므로 정부는 창업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이해관계자 갈등이 적은 경우 정부의 금융 지원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금융지원은 예산을 쓰는 문제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고 지원 결정에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해관계자 갈등이 낮은 경우에는 사회적 비용이 적어서 정부의 금융 지원의 '순편익(net benefit)'이 커지게 된다.
마주카토 교수는 창업지원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그린 에너지와 같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등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탄소 중심의 경제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즉, 재생에너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갈등이 낮다. 또한 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는 불확실성도 높으므로 정부 정책 지원이 적절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큰 화두로 떠오르면서 친환경 노력을 하는 기업에 정부 정책금융이 집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적 관점에서는 기술 기반 신산업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생명과학, 퀀텀 컴퓨팅, 뇌과학, 국방과학 등이 해당 영역이라 볼 수 있다.
마주카토 교수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역시 민간투자보다는 국가적 정책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애플, 구글을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 회사조차도 미국이 국가적으로 정책적으로 투자한 기술을 기초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민간 투자회사는 정책금융에 비해 불확실성이 적은 영역에 투자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큰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정책금융이 투여되는 것은 적절하다 볼 수 있다.
플랫폼 운영자가 규칙 등을 만들고 모니터링하며 관리를 한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플랫폼의 개념은 플랫폼 운영자가 자원을 통제한다기보다는 다양한 자원을 조율한다는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플랫폼 정부의 플랫폼은 비즈니스 관점의 플랫폼 개념에 가깝다.
불확실성과 이해관계자 갈등이 모두 낮은 상태에서 정부는 비교적 수월하게 자원과 이해관계자들을 매칭시키고 이해관계자들의 행위를 조율할 수 있다. 불확실성 및 갈등 수준이 낮기 때문에 정부는 플랫폼 운영에 필요한 규율을 제정할 수 있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모니터링할 수 있다. 플랫폼 정부는 디지털 시스템, 기술, 프로세스를 공유하는 일종의 인프라로 볼 수 있다.
플랫폼 정부의 대표적 사례로는 영국의 'GOV 닷 UK'가 있다. 영국 정부의 경우 2017년 발간한 'UK Digital Strategy'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추진 전략에 대해 자세한 계획을 정리한 바 있다. 경제 전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있어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명제 아래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화는 전체 추진 전략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 사례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민간기업들이 플랫폼 정부 서비스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지불 서비스 플랫폼인 'UK 닷 GOV Pay'의 경우 지불 서비스 제공사로 스트라이프와 월드페이라는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전문적인 민간 결제 서비스 회사를 활용하여 복잡한 정부 조달 프로세스가 크게 간소화된다. 'GO 닷 UK Notify' 플랫폼은 국민 홍보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인쇄된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이다. 팬데믹 기간 영국 정부는 코로나와 관련된 정보를 대국민 전파하기 위해 평상 시 대비 6배 이상의 이메일, 문자 메시지, 편지를 보내야 했다. GO 닷 UK Notify 플랫폼은 안정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고 4000개의 공공 서비스에서 활용 중이다. 플랫폼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정부는 데이터 과학 역량,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낮은 상황에서는 앞으로 일어날 시나리오를 파악하고 확률적으로 정리할 수 있으므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데에 유리하다. 이해관계자 갈등이 낮으면 이해관계자들의 전략적 행동을 복잡하게 모델링할 필요 없이 딥러닝 등 대표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최적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정부 서비스 관련 개발 툴과 표준을 설계하여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정부-민간 관계에 혁신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민원24와 같은 포털의 경우, 정부가 이를 직접 설계할 수도 있지만 API를 제공하여 민간에서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공공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 기반 공공 서비스가 다양하게 제공되면 정부는 정책 및 사회혁신 이슈의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정보분석을 바탕으로 공공 사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옵션을 고려해야 하는지 조사하고, 각 옵션별 예상 성과를 예측할 수 있다.
즉, 모형을 통해 정책과 사회혁신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관하여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법 중에 'ABM(Agent-Based Modeling)'이 있다. ABM은 사회학, 경영학, 네트워크 이론 등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데 여러 변수를 포함하는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하면서 근거를 가지고 정책을 만들 수 있다.
플랫폼 정부와 관련 영국 사례와 관련 연구를 통해 우리는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영국 정부의 디지털화 전략은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거나, 민간이 모든 것을 주도해야 한다는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 정부가 제공하는 토대하에서 민간의 자율성과 동력으로 혁신을 도모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공공 서비스의 온라인화를 통한 전체 정부 서비스의 플랫폼화와 다양한 공공 데이터 개방 등과 더불어 규제 제도 등에 대한 지속적인 혁신 등을 통해 민간 부문이 그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중요한 점은 민간 기업과 개인이 그 역량을 자유롭게 발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중시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토대 위에서 민간이 디지털화의 최종적 주도권을 가지고 협력적 관계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둘째, 플랫폼 정부에 대한 접근성이 모두에게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좋은 플랫폼을 만들더라도 특정 기업이나 분야, 혹은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특정 계층에만 그 혜택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디지털화 과정에서 소외되기 쉬운 개인 혹은 기업들에 대한 지원 및 투자를 하고 있다. 또 인터넷 접근 등에 대한 인프라 투자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및 인턴십 과정, 그리고 디지털화 과정이 부진한 특정 산업에 대한 개입은 정부의 역할로 보고 있다.
셋째, 정부 조직이 스스로 디지털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혹은 데이터 관련 인력이 정부 내에서 특정한 업무 직군을 담당하는 하나의 부서로만 존재한다면, 공공서비스의 디지털화 및 플랫폼화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체 공공 부문 조직의 디지털화가 적절한 교육 및 커리어 개발 과정 제공, 그리고 보수 체계 개편 등을 위해 조직 내에서 자발적으로 디지털화의 에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형태로 개편되어야 한다.
전성민 벤처창업학회장‧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마치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에서 다수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서울 및 미국 새너제이에서 창업 경력도 갖고 있다. 스타트업의 실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혁신 플랫폼 등 신규 사업 모델을 분석 중이다. 책 <페이스북 시대>를 번역했고, <경영학으로의 초대> 등을 공저했다.
정책금융 효과 높은 '창업지원 국가'
이해관계자 갈등 수준이 낮고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정부는 신산업을 규제하거나 감시하기보다는 신산업에 대한 시장 설계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마리아나 마주카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저서 '창업지원 국가(The Entrepreneurial State)'에서 미국 등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의 비결은 정부 지원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때 지원은 눈에는 띄지 않으면서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특히 창업지원 국가는 정책금융을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첫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시장 실패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창업가들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창업가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때 정부는 창업가들을 발굴하고, 활동을 지원하고, 시장이 승자 선택을 잘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만일 불확실성이 적은 영역이라면 시장에서 자원을 분배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신산업 및 기술 연구개발(R&D) 영역은 불확실성이 크므로 기술 개발 지원 사업은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에는 큰 기회가 있을 수 있다. 파괴적 혁신 기회가 많다는 것이므로 정부는 창업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이해관계자 갈등이 적은 경우 정부의 금융 지원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금융지원은 예산을 쓰는 문제이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고 지원 결정에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해관계자 갈등이 낮은 경우에는 사회적 비용이 적어서 정부의 금융 지원의 '순편익(net benefit)'이 커지게 된다.
마주카토 교수는 창업지원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그린 에너지와 같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등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탄소 중심의 경제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즉, 재생에너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갈등이 낮다. 또한 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는 불확실성도 높으므로 정부 정책 지원이 적절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큰 화두로 떠오르면서 친환경 노력을 하는 기업에 정부 정책금융이 집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적 관점에서는 기술 기반 신산업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생명과학, 퀀텀 컴퓨팅, 뇌과학, 국방과학 등이 해당 영역이라 볼 수 있다.
마주카토 교수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역시 민간투자보다는 국가적 정책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애플, 구글을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 회사조차도 미국이 국가적으로 정책적으로 투자한 기술을 기초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민간 투자회사는 정책금융에 비해 불확실성이 적은 영역에 투자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큰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정책금융이 투여되는 것은 적절하다 볼 수 있다.
데이터·AI 역량 필요한 '플랫폼 정부'
이해관계자 갈등이 낮고 불확실성도 낮을 때 정부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민간이 스스로 사업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경우 정부는 플랫폼 정부(Government as a Platform·GaaP) 역할을 해야 한다. 플랫폼의 개념은 기술적 관점과 경제학적 관점, 비즈니스 관점으로 구분해 이해할 수 있다. 먼저 기술적 관점에서 플랫폼은 응용 소프트웨어가 작동되도록 하는 컴퓨터 구조, 운영체제, 프로그래밍언어 관련 라이브러리 또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의 하드웨어 구조 또는 소프트웨어 체제를 의미한다. 둘째, 경제학적 관점에서 플랫폼은 여러 이용자 또는 조직 간 관계를 형성하고 상업적 거래를 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 환경, 시장에서 중개 역할을 하는 경제주체들의 수단이다. 셋째, 비즈니스 관점에서 플랫폼은 구성원 간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를 증대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적 인프라를 제공한다.플랫폼 운영자가 규칙 등을 만들고 모니터링하며 관리를 한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플랫폼의 개념은 플랫폼 운영자가 자원을 통제한다기보다는 다양한 자원을 조율한다는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플랫폼 정부의 플랫폼은 비즈니스 관점의 플랫폼 개념에 가깝다.
불확실성과 이해관계자 갈등이 모두 낮은 상태에서 정부는 비교적 수월하게 자원과 이해관계자들을 매칭시키고 이해관계자들의 행위를 조율할 수 있다. 불확실성 및 갈등 수준이 낮기 때문에 정부는 플랫폼 운영에 필요한 규율을 제정할 수 있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모니터링할 수 있다. 플랫폼 정부는 디지털 시스템, 기술, 프로세스를 공유하는 일종의 인프라로 볼 수 있다.
플랫폼 정부의 대표적 사례로는 영국의 'GOV 닷 UK'가 있다. 영국 정부의 경우 2017년 발간한 'UK Digital Strategy'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추진 전략에 대해 자세한 계획을 정리한 바 있다. 경제 전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있어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명제 아래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화는 전체 추진 전략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 사례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민간기업들이 플랫폼 정부 서비스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지불 서비스 플랫폼인 'UK 닷 GOV Pay'의 경우 지불 서비스 제공사로 스트라이프와 월드페이라는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전문적인 민간 결제 서비스 회사를 활용하여 복잡한 정부 조달 프로세스가 크게 간소화된다. 'GO 닷 UK Notify' 플랫폼은 국민 홍보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인쇄된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이다. 팬데믹 기간 영국 정부는 코로나와 관련된 정보를 대국민 전파하기 위해 평상 시 대비 6배 이상의 이메일, 문자 메시지, 편지를 보내야 했다. GO 닷 UK Notify 플랫폼은 안정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고 4000개의 공공 서비스에서 활용 중이다. 플랫폼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정부는 데이터 과학 역량,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낮은 상황에서는 앞으로 일어날 시나리오를 파악하고 확률적으로 정리할 수 있으므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데에 유리하다. 이해관계자 갈등이 낮으면 이해관계자들의 전략적 행동을 복잡하게 모델링할 필요 없이 딥러닝 등 대표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최적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정부 서비스 관련 개발 툴과 표준을 설계하여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정부-민간 관계에 혁신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민원24와 같은 포털의 경우, 정부가 이를 직접 설계할 수도 있지만 API를 제공하여 민간에서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공공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 기반 공공 서비스가 다양하게 제공되면 정부는 정책 및 사회혁신 이슈의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정보분석을 바탕으로 공공 사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어떤 옵션을 고려해야 하는지 조사하고, 각 옵션별 예상 성과를 예측할 수 있다.
즉, 모형을 통해 정책과 사회혁신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관하여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법 중에 'ABM(Agent-Based Modeling)'이 있다. ABM은 사회학, 경영학, 네트워크 이론 등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데 여러 변수를 포함하는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하면서 근거를 가지고 정책을 만들 수 있다.
플랫폼 정부와 관련 영국 사례와 관련 연구를 통해 우리는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영국 정부의 디지털화 전략은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거나, 민간이 모든 것을 주도해야 한다는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 정부가 제공하는 토대하에서 민간의 자율성과 동력으로 혁신을 도모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공공 서비스의 온라인화를 통한 전체 정부 서비스의 플랫폼화와 다양한 공공 데이터 개방 등과 더불어 규제 제도 등에 대한 지속적인 혁신 등을 통해 민간 부문이 그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중요한 점은 민간 기업과 개인이 그 역량을 자유롭게 발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중시하고 정부가 제공하는 토대 위에서 민간이 디지털화의 최종적 주도권을 가지고 협력적 관계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둘째, 플랫폼 정부에 대한 접근성이 모두에게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좋은 플랫폼을 만들더라도 특정 기업이나 분야, 혹은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특정 계층에만 그 혜택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디지털화 과정에서 소외되기 쉬운 개인 혹은 기업들에 대한 지원 및 투자를 하고 있다. 또 인터넷 접근 등에 대한 인프라 투자와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및 인턴십 과정, 그리고 디지털화 과정이 부진한 특정 산업에 대한 개입은 정부의 역할로 보고 있다.
셋째, 정부 조직이 스스로 디지털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혹은 데이터 관련 인력이 정부 내에서 특정한 업무 직군을 담당하는 하나의 부서로만 존재한다면, 공공서비스의 디지털화 및 플랫폼화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체 공공 부문 조직의 디지털화가 적절한 교육 및 커리어 개발 과정 제공, 그리고 보수 체계 개편 등을 위해 조직 내에서 자발적으로 디지털화의 에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형태로 개편되어야 한다.
전성민 벤처창업학회장‧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마치고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정보 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삼성에서 다수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서울 및 미국 새너제이에서 창업 경력도 갖고 있다. 스타트업의 실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혁신 플랫폼 등 신규 사업 모델을 분석 중이다. 책 <페이스북 시대>를 번역했고, <경영학으로의 초대> 등을 공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