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삼성 '사업보국' 출발점, 스타트업 요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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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C랩 아웃사이드' 개소대구시 북구 호암로 51.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호(호암)를 딴 이 주소를 찾아가면 8만9256㎡(약 2만7000평) 규모의 ‘삼성창조캠퍼스’가 나온다. 1970~1980년대 수출 주도 성장을 떠받친 제일모직 대구공장 부지를 창업·문화예술 공간 등이 어우러진 랜드마크로 조성한 곳이다. 삼성의 ‘사업보국’ 정신이 깃든 이 공간은 앞으로 유망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요람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삼성 모태'인 제일모직 부지에
유망 스타트업 육성 기반 세워
로봇 분야 등 5개 입주社 선정
1억·사무실·컨설팅 지원하기로
광주·경북캠퍼스도 문 열 계획
지역 스타트업 적극 육성
삼성전자는 “삼성창조캠퍼스에서 ‘C랩 아웃사이드 대구캠퍼스’ 개소식을 열었다”고 22일 발표했다. C랩 아웃사이드는 삼성전자가 2018년 시작한 외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국내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에서 마련했다. 이날 개소식엔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에 지역구를 둔 양금희·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했다.로봇, 헬스케어, 환경 분야의 스타트업 다섯 곳이 1차 입주기업으로 선정됐다. 삼성전자는 개소식에 앞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추천을 받고, 전문가 심사를 거쳐 입주사를 뽑았다. 이들 스타트업은 삼성전자로부터 1억원과 전용 업무 공간, 컨설팅 지원 등을 받는다. 입주사로 선정된 뇌질환 진단 플랫폼 기업 네오폰스의 박기수 대표(CEO)는 “음성과 언어를 활용해 질환을 예측하는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사업보국의 역사 깃든 삼성창조캠퍼스
산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의 C랩 아웃사이드 지역 캠퍼스를 대구 삼성창조캠퍼스에 조성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병철 창업회장부터 이어진 ‘사업보국’의 역사가 깃든 대표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삼성창조캠퍼스의 역사는 1956년 가동을 시작한 제일모직 대구공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공장은 1970~1980년대 4500명을 고용할 정도로 규모를 키우며 ‘수출 한국’의 발판 역할을 했다. 1990년대 들어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떠오르면서 제일모직의 사세는 위축됐다. 결국 1997년 대구공장은 구미공장에 통합됐다.삼성은 옛 공장 부지를 대구시민을 위해 내놨다. 2003년 지방 최초의 1580석 규모 오페라 전용극장을 건립해 시에 기증했다. 남은 부지엔 삼성창조캠퍼스를 조성하고 2017년 문을 열었다. 총 16개 동에 공공기관 9개, 벤처 38개사, 상업시설 32곳 등이 들어왔다. 1938년 설립된 ‘삼성상회’를 복원한 건물, 제일모직 직원 기숙사 전시관 등이 조성돼 ‘산업 역사박물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용 회장 ‘동행’ 철학 확산
대구캠퍼스 개소를 계기로 삼성전자의 지역 스타트업 육성 사업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만간 ‘C랩 아웃사이드 광주’, ‘C랩 아웃사이드 경북’을 열고 지역 창업 생태계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업 설립, 인력 확보, 투자 유치 등 스타트업 생태계에 유리한 환경이 구축되면 지역 스타트업이 이른 시간 내에 사업 안정화와 시장 정착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C랩 프로그램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동행’ 경영철학이 전국에 뿌리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이 회장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며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겠다”고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