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홈디포 '먹구름'…高물가에 지갑 안열려

실적 전망치 시장 예상 밑돌아
"인플레에 예민해진 소비자들
값싼 식료품 담고 구입 망설여"
미국 최대 대형마트 월마트와 건축자재 소매업체 홈디포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연간 실적 전망을 내놨다. 고물가에 짓눌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 수익이 둔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월마트는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1년간 주당 순이익(EPS)이 5.90~6.05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6.50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홈디포도 암울한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올해 EPS가 작년보다 4~6%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0.4% 증가한 16.72달러를 예상했다.

두 업체는 인플레이션 탓에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공통된 우려를 나타냈다. 월마트 고객은 값비싼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대신 식료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홈디포 고객은 저렴한 타일을 선택하거나 구입 자체를 미룰 수 있다는 얘기다.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물가가 여전히 높고 소비자들은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 중앙은행(Fed)이 이렇게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리처드 맥페일 홈디포 CFO도 “인플레이션이 소비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 해가 지나면서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는 점도 두 소매업체의 실적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상품을 많이 샀지만 외부 및 대면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테드 데커 홈디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작년 4분기부터 소비자 지출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고 했다. 이날 두 회사 주가는 엇갈렸다. 홈디포 주가는 7.06% 급락했지만 월마트는 0.61% 상승 마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