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에 '메탄 다이어트 사료' 먹인다 … 축산업도 탈탄소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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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20년, 선진 농업 현장을 가다뉴질랜드 정부는 2025년부터 소와 양의 트림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주요인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먹은 것을 게워내 다시 씹는 되새김질을 하는 소 등 반추동물의 트림에는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이 다량 함유돼 있다. 소 한 마리가 매년 평균적으로 생성하는 메탄의 양은 약 100㎏으로, 휘발유 약 3400L를 연소했을 때 나오는 메탄과 동일한 수준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축산 혁신의 필요성이 중요한 이유다.
(3) 탄소중립 나선 축산
호주 축산 대기업 '나프코'
메탄 저감 첨가제 넣은 사료 먹여
트림서 나오는 메탄 80% 낮춰
빌 게이츠, 첨가제 156억 투자도
韓, 탄소중립 표시제 아직 없어
'저탄소' 인증 시범사업 진행 예정
호주 브리즈번 인근 와이누이 지역에서 축산 대기업 나프코가 운영하는 소 비육장은 이 같은 탄소중립 혁신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퀸즐랜드주와 노던 준주(準州)의 들판에서 2년가량 키운 이 회사의 소는 이곳에서 100일간 ‘특별한’ 성분이 든 사료를 먹으며 지낸다. 메탄 유발 효소를 억제해 소의 트림에서 나오는 메탄을 최대 80%까지 줄여주는 첨가제다. 제레미 슬로스 나프코 와이누이비육장 매니저는 “이곳에 있는 모든 소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사료를 먹고 있다”며 “1년에 약 6만 마리분의 ‘저탄소 소고기’를 출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줄 잇는 ‘저탄소 소고기’
나프코는 약 20만 마리의 소를 사육하는 축산 대기업이다. 이 분야에서 호주 내 2~3위권 기업으로 평가된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파이브 파운더스’는 2019년 호주에서 처음으로 탄소중립 인증을 받았다. 사육과 도축, 운송 등 소고기를 생산하는 모든 과정에서 종합적인 저탄소 제품으로 인증받은 것이다.탄소중립 소고기 생산의 핵심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사료 첨가제를 쓰는 것이다. 나프코가 사용하는 첨가제 ‘보베어’는 네덜란드 화학기업 DSM이 개발했다. 소의 위장에 있는 미생물이 효소와 결합하는 것을 막는다. 호주축산공사에 따르면 나프코의 파이브 파운더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네 개의 소고기 브랜드가 탄소중립 인증을 받았다. 호주 내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한 사료 첨가제 개발이 활발하다. 홍조류를 활용해 메탄 저감 첨가제를 개발한 스타트업 루민8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청정에너지 펀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벤처스’로부터 지난달 1200만달러(약 156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일본 싱가포르 등에 수출
관건은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비싼 탄소중립 소고기를 선택할 것이냐다. 호주 식품회사 하베스트로드가 지난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표현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다고 느끼냐’고 묻는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로컬 푸드’ ‘방목’ 등이 ‘탄소중립’ ‘탄소배출 저감’ 등의 표현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 소고기를 자체상품(PB)으로 출시한 호주 대형마트 콜스도 일반 소고기에 비해 마진을 줄이는 방식으로 탄소중립 소고기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한국에서는 호주의 탄소중립 소고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마땅한 탄소중립 표시제가 없기 때문이다. 제임스 카슨 나프코 생산판매 총괄매니저는 “탄소중립 표시제를 도입한 일본,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파이브 파운더스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탄소중립 축산 제품을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달부터 탄소 배출을 평균 대비 10% 줄인 축산물에 ‘저탄소’ 인증을 부여하는 시범사업을 할 계획이다.브리즈번=강진규 기자
제작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