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관광의 도시 경주 '첨단 원자로 산업 메카'로 바뀐다

원자력 연구 문무대왕硏 착공
SMR 국가산단 지정도 신청
225개 기업 산단 참여 의향
SMR 선박 개발에도 팔 걷어
주낙영 경주시장(왼쪽부터)과 해운업체 대표,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이철우 경북지사가 지난 9일 경주시청에서 원자력 선박 및 해양시스템 개발과 인프라 구축 협약을 맺었다. /경주시 제공
글로벌 역사 문화관광 도시 경북 경주가 대한민국 미래산업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해 7월 사업비 6540억원 규모의 혁신 원자력 연구단지인 문무대왕연구소를 착공했다. 올해 1단계 부지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 말 연구소를 준공할 계획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혁신형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연구개발 사업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3992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국가적 전략산업임을 알 수 있는 사업들이다.경주시는 이에 더해 SMR 산업의 글로벌 기지가 될 SMR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지난해 말 신청했다. SMR의 실증 생산 수출특화 산단이자 기업특구형 산단, 글로벌 국제협력의 산단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각각 원자력정책과를 두고 8개 팀 31명의 전담조직을 가동 중이다.

SMR은 글로벌 원자력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연간 146조원으로 전망돼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요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다목적 소형연구로인 ARA가 2029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경주의 소형 원자력산업은 해외 선진국과 대한민국이 미래 에너지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느냐의 기로가 될 국가 미래가 달린 산업이다.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도도 높아 산단 성공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입주 의향 기업을 조사한 결과 225곳에 이를 정도로 입주 수요가 높다”며 “사업 추진 시 사업면적 이상의 충분한 수요 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지난 9일에는 국내 대형 해운사들이 SMR을 활용한 선박 및 해양 시스템 개발에 대거 참여해 경주 SMR 국가산단 지정은 물론 성공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한국선급, 에이치엠엠(HMM), 장금상선, 에이치라인해운, 우양상선과 원자력 선박·해양시스템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SMR은 기존 디젤엔진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해양선박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협약은 대형선박 추진용 SMR 기술 개발과 실증을 통해 상용화 기반을 구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특히 SMR 가운데 해양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MSR(용융염원자로: 고체의 염을 고온으로 녹인 용융염에 핵연료 물질을 섞어 사용하는 액체연료 원자로)은 디젤엔진을 대체해 해운산업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선박 운영 시 핵연료를 교체할 필요가 없고, 액체인 핵연료가 외부 노출 시 자연적으로 고체화돼 방사능물질이 누출될 우려도 없어 해양선박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도의 안전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구조가 단순해 소형화 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협약에 참여한 HMM, 장금상선, 에이치라인해운, 우양상선은 컨테이너선, LNG운반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대표 해운사다. 국내 대표 해운사들이 앞장서서 참여한 것만 봐도 이 사업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주 시장은 “SMR 산업은 탄소중립 및 원전수출 사업화를 위한 국가기간산업이면서 고도의 원자력 기술이 집약된 첨단과학기술산업으로 경주는 물론 경북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세계 최고의 산업단지이자 메카로 꼭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경주=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