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이사회와 정례적 소통…해외서도 적극 활용 중"

'관치 정례화' 지적에 美·英 감독당국 등 유사 매뉴얼 소개
금융감독원이 23일 은행지주·은행 이사회와의 소통 정례화 방안과 관련해 "이는 국제기구에서 권고하는 사항으로 해외 감독당국에서도 감독·검사 과정의 일환으로 적극 활용 중인 내용"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감독당국과 은행 이사회 간 소통 해외사례'라는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 업무계획 발표에서 각 은행 이사회와 최소 연 1회 면담을 실시하는 등 소통을 정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 '관치 통로'로 변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해외에서도 이사회와의 소통 정례화는 일반적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자료를 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은행 이사회가 장기 집권하는 최고경영자(CEO)에게 사실상 종속되는 구조가 심화하고 있어 감시나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인식에서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사회의 자율적인 영역에 감독당국 입김이 작용함으로써 특정 방향의 의사 결정을 유도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은행 감독에 관한 핵심 준칙을 통해 감독당국과 은행 이사회 등과의 충분한 접촉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감독당국의 감독·검사 결과를 논의하기 위해 은행 경영진 및 이사회와 면담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금감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설립된 금융안정위원회(FSB)도 감독당국이 면담 등을 통해 리스크 정책 등에 관한 이사회의 관점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금감원은 이러한 국제 기준에 따라 미국 통화감독청(OCC), 영국 건전성감독청(PRA), 호주 건전성감독청(APRA) 등은 이사회 면담 절차를 검사프로세스나 업무계획 등에 명시하고, 정기적 또는 수시로 은행 이사회와 면담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미국 OCC 검사 매뉴얼에는 '감독 주기(12~18개월) 중 최소 1회 이상 이사회 면담을 실시하며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더 자주 면담을 실시한다'고 명시돼있다. 금감원은 이러한 국제 기준을 반영해 코로나19 이전에도 은행 이사회와의 교류가 확대되는 추세였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전인 2015년 7월~2019년 2월 금감원 담당 임원 주재로 은행 이사회 의장 등과 22회 이상의 면담을 했으며, 금감원장과 이사회 의장과의 간담회도 지속적으로 열렸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은 "은행 이사회와 소통 정례화를 통해 이사회의 균형감 있는 의사 결정을 지원하고 이사회 기능을 제고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금융시장 현안 및 금감원 검사 결과 등을 공유하고 애로 및 건의 사항을 듣는 자리로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