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쉽게 죽지 않는' 시대…당신은 죽음을 디자인하고 있나요?

의료미래학자 오쿠 신야
인간은 삶의 모습은 제각각 다르지만, 죽음의 모습은 대부분 닮아 있다. 오래오래 장수를 누리다가 노쇠해 죽는 이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돌연 병에 걸려 목숨을 잃는다. 김영하는 소설 <작별인사>에서 ‘인간은 필멸의 존재’라고 했다. 인간은 반드시 죽기에 유한함 속에서 생의 가치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의학기술이 점점 진보하면서 이제 ‘쉽게 죽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특정 연령대에 어떤 병에 취약한지 미리 알 수 있어 예방이 가능하다. 병에 걸려도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고 약도 있다. 가장 두려운 암조차 2035년이면 완벽하게 정복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자는 묻는다. “당신은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나요?”

의료미래학자 오쿠 신야는 저서 <모두가 늙었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다>를 통해 초고령화 사회에서 죽음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현대의학이 앞으로 더 많은 질병을 극복하면 인류는 120세 이상 장수하게 된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수명은 늘어나지만 신체가 노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죽지 않는 것’은 ‘불로불사’가 아니다. 인간의 장기가 제대로 작동하는 시간은 대략 50년이라고 한다. 일본 여성의 월경이 끝나는 나이가 약 50세라고 한다. 인간의 생식 능력이 50세 전후로 쇠퇴함을 뜻한다. 인생이 길어지면서 병에 걸리는 횟수도 늘어날 것이다. 다병장수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상으로 의료비에 돈을 더 들여야 한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질 수록 경제적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저자는 이제 ‘죽음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초장수 시대에 죽음은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한 존재가 아니다. 이제 노년 생활의 양이 아닌 질을 고민해야 한다. 그는 “병들었지만 죽음에 이르지 않는 시간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할 때”라며 20가지의 현실적인 질문을 통해 고찰한다. △몇살까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그 시점에서 가족 구성원은? △자산은 어떻게 쌓고 쓸 것인가? △어떤 형태의 죽음을 어떻게 인생에 도입하겠는가? 등이다. 물론 말처럼 쉽게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저자는 강조한다. “나의 마지막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만 삶을 최대한 누릴 수 있습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