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약 먹으면 암 완치"…한의사 믿고 3억 줬는데 '사망'

1심에 이어 2심서 징역 2년 선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말기 암 환자에게 '산삼 약'을 처방하고 수억 원을 받은 한의사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환자는 이 약을 먹고 얼마 안 돼 증상이 악화하다 결국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5-1부(최병률 원정숙 정덕수 부장판사)는 최근 사기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A씨는 2017년 2월 자신에게 연락한 말기 암 환자의 배우자에게 "내가 개발한 산삼 약을 3개월 정도 먹으면 암을 완치할 수 있다"며 치료를 권유했다.

그는 치료비 명목으로 3억6000만원을 요구하며 치료가 실패할 경우 전액 환불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환자 측이 비용 문제로 치료를 망설이자 A씨는 지인까지 동원해 설득에 나섰다. 이 지인은 환자 측에 "A씨의 산삼 약을 먹은 후 머리에 종양이 없어졌다"고 거짓말했다. 또, 치료가 실패했을 때 A씨가 반환할 금액을 본인이 보증하겠다고도 했다.환자 측은 총 2억 6000만원을 지불하고 A씨로부터 산삼 약 등을 처방받았다. 그러나 한 달간 약을 먹은 환자는 몸무게가 급감하는 등 증상이 악화하다 결국 2020년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는 암을 제대로 치료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환자를 기망하고 돈을 편취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처방한 약에서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며 "일부 환자에겐 약이 건강을 위협할 수 있음에도 부작용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A씨는 본인의 치료로 실제 생존한 환자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산삼 약이 효과가 있다"며 항소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생존 환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치료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한편 A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