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수급 심상치 않다…내륙사들 '제한 출하'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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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인데 주문이 생산량 초과…일부 시멘트운송차량 '대기 행렬'시멘트 수급 상황이 심상치 않다. 통상적인 비수기인 2월인데도 일부 시멘트업체들은 생산량보다 주문량이 많아 '제한 출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격적인 성수기인 3월엔 이같은 시멘트 공급난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친환경 투자 '불똥' 일부 설비 멈춰…따뜻해진 날씨·화물연대 영향
레미콘업계 "공급 비상…시멘트사들 미리 재고확보 했어야" 불만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충북 단양의 한 시멘트 공장 앞에선 시멘트를 운송하러 수도권에서 온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10여대가 줄을 서 대기했다. 시멘트 수요 대비 공급량이 부족하다보니 BCT가 물량을 먼저 받기 위해 시멘트공장 앞에서 장사진을 친 것이다. 수도권 한 레미콘업체 대표는 "현재 시멘트가 부족해 건설현장에 제때 레미콘 공급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이같은 상황은 수도권 건설현장에 시멘트를 주로 공급하는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 등 시멘트 내륙사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단양에 공장을 둔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 충북 제천에 공장을 둔 아세아시멘트 등은 현재 생산량보다 주문량이 많아 '제한 출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내륙사의 2월 재고물량은 예년보다 10만톤이상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시멘트업계는 비수기인 2월엔 생산량보다 주문량이 적어, 3월 성수기에 대비해 넉넉히 재고를 쌓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생산하는 만큼 곧바로 출하되는 '당일 생산·당일 출하'수준을 넘어 이제는 출하량으로도 주문량을 못채워 공급차질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된 배경은 내륙사 공장 설비가 일부 멈춰섰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과 질소산화물 배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설비 투자를 서두르다보니 시멘트 제조 설비(소성로)를 멈춰세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대규모 소성로 개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성신양회 역시 소성로 개조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들은 순환자원 시설과 염소제거 설비, 대기오염 방지 시설 등을 신설하거나 개조하고 있다. 발전, 철강, 석유화학 등과 함께 탄소배출이 많은 시멘트업종은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따르기위해 주요 시멘트 제조 연료인 유연탄을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으로 대체하기위한 친환경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쌍용양회와 삼표시멘트 등 해안사들이 친환경 설비투자를 지난해 마무리한 것과 달리 내륙사들은 주요 설비 공사가 올해 집중돼 있다. 따라서 3월 성수기엔 이같은 수급 불안이 더 심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수급불안이 오는 5월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친환경 설비투자를 미루면 정부의 환경 규제에 따라 부담해야할 부과금이 갈수록 높아져 미룰 수가 없다"며 "시장 수요를 감안해 일상적인 동계 보수 일정은 최대한 단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시멘트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배경엔 예년보다 따뜻해진 이번 지난 1월 날씨와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미뤄졌던 공사가 한꺼번에 진행된 영향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일부 시멘트공장의 사고와 시멘트공장의 보수 일정 지연도 추가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에선 시멘트 수급 불안정과 전기료 인상, 화약 인상 등 시멘트 제조 원가 인상요인이 겹쳐 상반기중 시멘트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레미콘업계에선 이미 올해들어 모래 자갈 등 골재가격이 10%이상 오른데다 시멘트가격까지 오르면 경영환경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있다. 특히 최근 시멘트 수급 불안정에 대해선 시멘트업계가 미리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매년 3월이면 시멘트 수급 불안정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시멘트업체들이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미리 재고를 넉넉히 확보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