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묻은 상자에 꼬깃한 지폐 여러장…소방서 찾은 여성 정체

'풀빵 천사' 시민, 올해로 9년째 기부 이어가
강원도 원주에서 이른바 '풀빵 천사'로 불리는 한 시민이 기부금을 전달했다. /사진=원주소방서 제공
강원도 원주에서 '풀빵 천사'로 불리는 시민이 올해로 9년째 기부를 이어갔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23일 원주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소방서 앞으로 한 중년 여성이 종이상자를 들고 찾아왔다. 기름때가 잔뜩 묻은 상자에는 꼬깃꼬깃한 지폐 여러 장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원주에서 풀빵 노점을 운영하는 이 시민은 손님들과 함께 모은 현금 570여만원이 담긴 상자를 직원에게 주고는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상자 겉면에는 '아저씨 고마워요', '사장님 덕분에 이렇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게 되어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소방 파이팅', '안전을 지켜주셔서 감사해요' 등의 응원 문구가 빼곡히 적혀있다.
사진=원주소방서 제공
원주 소방서에 따르면 이 여성은 해마다 원주소방서를 찾아 수백만원이 든 상자를 전하고 있다. 2015년 3월 풀빵 한 봉지와 함께 현금이 든 상자를 두고 간 것을 시작으로 올해로 9년째 2800여 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익명을 요구한 기부자는 "시민 안전에 애쓰는 소방공무원 복지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손님들과 함께 모은 현금 570여 만원을 직원에게 건넨 뒤 발길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말아 달라는 기부자의 간곡한 요청에 소방서는 그를 '풀빵 천사'로 부르고 있다.

이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박순걸 서장은 "기부자의 선행으로 추운 겨울 원주시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듯하다"면서 "(기부자의) 격려와 응원에 부응하고자 의기투합해 시민의 안전을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소방서는 기부금을 사회취약계층 소방시설 보급, 화재·구조 활동 물품 구매, 순직·공상 공무원 특별위로금 등에 사용하고 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