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과도 소송…메디톡스 '보톡스 판'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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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 작년 美 ITC에 제소메디톡스가 대웅제약에 이어 휴젤과도 일명 보톡스라고 하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 소송전을 본격화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소송 종료를 요구한 휴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1위인 휴젤과 2위인 메디톡스의 이번 소송전은 미국시장은 물론 국내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을 가져올 전망이다.ITC는 22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메디톡스와 휴젤 간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의 의견서를 공개했다. 담당 변호사는 소송 조기 종료를 요청한 휴젤의 제안이 합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휴젤 측은 지난 2일 “ITC에 제출할 서류 반출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 지연으로 ITC 소송 일정이 미뤄지면서 기업 경영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ITC 측에 소송 조기 종료를 요청했다. 국가 관리대상 독소인 보툴리눔 톡신 관련 자료를 해외에 반출하려면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이번 조치로 메디톡스와 휴젤 간 ITC 소송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ITC가 공개한 일정에 따르면 예비 판결은 2024년 1월이다. 최종 판결은 2024년 5월이며 2개월 후 판결이 발효된다.
휴젤 '조기종료' 요청 기각될 듯
내년 상반기 ITC 최종 판결
휴젤, 국내 점유율 40%로 1위
패소 땐 시장 지각변동 불가피
업계에서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ITC 소송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ITC 소속 변호사의 결정이 판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2020년 2월 ITC에서 진행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재판에서 ITC 소속 변호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를 사용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해 7월 ITC 행정판사는 “대웅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고 판결했다.
휴젤은 지난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미간주름 개선 적응증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올해 2분기 허가가 나올 예정이다. ITC 소송이 FDA 허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휴젤 관계자는 “미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이 없는 만큼 이전 소송 사례와 사안이 다르다”고 했다. 재판부 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반면 메디톡스는 소송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휴젤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을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휴젤은 메디톡스 균주를 도용한 게 아니라 통조림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발견했다는 입장이다.
휴젤의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점유율은 40%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 30% 수준인 메디톡스를 앞섰다. 업계에선 ITC 소송 결과에 따라 국내시장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메디톡스가 ITC 소송에서 이길 경우 국내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